부산에 본원을 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일부 조직이 세종으로 이전한다. 지역에 자리잡은 공공기관의 업무를 다른 곳으로 다시 옮기는 사례는 드문 일이어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산 본원. 국제신문 DB
21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KIOST는 최근 해양정책연구소를 ‘해양법·정책연구소’로 확대·개편한 뒤 해양법연구센터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함해 각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있을 영토 분쟁에 대비하는 일을 한다. 해양법 전문가 채용과 양성, 연구 기능 강화 등도 조직의 업무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지난 7월 해양정책연구소 확대·개편을 통해 해양법 관련 자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센터의 소재지가 언급되지 않아 당연히 KIOST 잔류가 예상됐다. 하지만 KIOST는 업무 효율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이 조직의 세종 이전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KIOST 일부 조직 이전은 공공기관 이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해양법의 경우 부산에도 KIOST를 비롯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해양대학교 등 우수한 역량을 갖춘 기관이 많은 데 굳이 센터를 세종으로 옮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이와 같은 이전은 부산을 해양법 연구와 교육의 터전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하는 불합리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부산으로 이전한 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KIOST의 핵심 부서를 세종으로 옮기는 것은 타 공공기관의 ‘역( 逆)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