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최종 후보지 결정 미루다
- 공모시한 내 제안서 미제출
- 해운대 등 혁신 공간화 차질

부산에 첨단산업과 주거·문화시설이 결합된 ‘도심융합특구’ 조성 구상이 좌절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의 현지 실사가 늦어지면서 시가 제때 제안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지 못해 심사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이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는 22일 본회의를 열고 특구 대상지로 대구와 광주를 선정했다. 두 곳에는 내년 2월 기본계획 수립 예산 3억 원이 각각 지원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광역시에 특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범정부 차원에서 각 지역에 ‘판교 제2테크노밸리’와 같이 우수한 복합 인프라를 갖춘 고밀도 혁신공간을 구축해 기업과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이번 선정 때 ‘준비된 지자체를 먼저 뽑는다’는 기준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 등 4곳은 모두 사업이 가능한 후보지와 개발 계획을 제출했다. 울산은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일대를 1순위, 중구 장현도시첨단산업단지를 2순위 후보지로 올렸다.

반면 부산은 코로나19 때문에 당초보다 늦은 지난 7일 기장군과 해운대를 포함한 6곳에서 정부 실사가 이뤄졌으나 일정이 촉박해 국토부의 타당성 분석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는 최종 후보지를 균발위 회의 때까지 확정하는 데 실패했다. 울산은 대구나 광주에 비해 사업의 목적·지역 발전 방안 등이 구체적이지 않았던 것이 선정되지 못한 이유로 알려졌다.

지역사회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실사가 늦어졌다지만 부산만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감염병 확산은 5개 시에 공통된 사안이어서 부산만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 광주 대전이 지난 10월 말, 울산이 지난 7일 최종 후보지를 제출한 것을 감안하면 시의 해명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부에서는 대상지를 일찌감치 1, 2개로 압축한 다른 곳과 달리 시가 6곳을 후보군에 올리면서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고 비판한다. 또 부산이 내년에 특구가 된다 해도 타 지역에 비해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만들겠다는 일정도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시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변성완 권한대행과 박성훈 경제부시장이 차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여야 후보군으로 거론된 이후 시정 전반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에 시는 “부산 특구 조성 방안은 이미 확정된 계획이라 (특구 지정) 시기가 다소 밀렸을 뿐 사업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5개 시를 특구로 선정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부산의 특구 지정) 시기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차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