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도조선소 땅 상업적 개발 우려
- 시민단체 “조선업 유지가 우선”
- 시에 용도 변경불가 천명 촉구

한진중공업의 새 주인을 결정하는 매각 본입찰이 임박했다. 사모펀드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해 조선 1번지로 불리는 영도조선소가 땅 투기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역 여론이 가열되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국제신문 DB

9일 투자은행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14일 한진중공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지분 1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9월 국내 7개·필리핀 3개 금융기관이 보유한 한진중공업 주식을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이들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식은 한진중공업 전체의 83.45%다. 최소 매각 양은 한진중공업 전체 주식의 63.4%다.

지난달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한국토지신탁, SM그룹 등 7곳이 참여했다. 본입찰이 이뤄지면 입찰가를 바탕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본 실사, 인수가 조정, 계약체결을 거쳐 한진중공업 새 주인이 정해진다.

조선업이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 한진중공업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인수 의향자가 몰린 데다 조선업과 연관 없는 사모펀드 신탁사 등이 뛰어들자 지역사회에서는 기업 회생보다 부동산 개발에 관심이 더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진중공업을 인수한 뒤 조선 사업을 정리하고 부지 면적 26만㎡인 영도조선소를 상업지 또는 주택단지로 개발할 것이라는 의심이다. 영도조선소 부지는 공업용지지만 북항재개발지와 마주 보고 있어 상업지로 용도변경 후 개발하면 조 단위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본입찰이 다가오면서 한진중공업을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본입찰이 진행되면 결국 조선업의 쇠퇴, 고용유지의 어려움, 지역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려면 한진중공업 매각 입찰 조건으로 고용 안정성 확보, 조선업의 산업경쟁력 제고, 지역경제 살리기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진중공업이 부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하고 투기 자본에 매각할 경우 대량 실직과 그에 따른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부산시는 투기 자본이 손을 떼도록 영도조선소 토지용도 변경 불가 방침을 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영도조선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영도조선소가 투기꾼의 놀음판이 되면 안된다. 인수 의향자들이 고용 유지와 조선사업 비전을 제시한 후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