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명 이상 모여 주민합의체 구성
- 조합 없이 새 집 지어 진행 빨라
- 대연동·좌천동B 사업 이달 준공
- 주택노후 76% 부산의 대안으로

한국감정원이 주도하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이 부산지역에서 활성화하면서 지역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전국에서 주택 노후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 사정을 감안해 지자체가 이 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주택정비사업 2호 사업장인 동구 좌천동A의 예전 단독주택 모습(왼쪽)과 신축 후 다세대주택 모습. 한국감정원 제공

한국감정원 부산동부지사는 이달 중으로 남구 대연동과 동구 좌천동B에 각각 부산 자율주택정비사업 3호와 4호 사업장을 준공한다고 8일 밝혔다. 감정원은 지난 6월 부산의 첫 자율주택정비사업장을 사하구 괴정동에, 지난 8월 2호 사업장인 동구 좌천동A를 준공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및 연립주택을 개량하거나 짓기 위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인근 토지 및 건물 소유주가 뜻을 모아 새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한국감정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역할을 분담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부산에서는 시 조례로 이 사업 대상을 주거, 공업, 상업지역 내 단독주택 18세대, 다세대·연립주택 36세대 미만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타지역보다 기준이 완화했다.

특히 부산의 주택 노후화율은 약 76%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인다. 주택 노후화율은 전체 주택에서 준공 30년이 지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컫는다. 게다가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의 눈이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쏠려 이 사업은 더욱 각광받는다.

부산 1호였던 괴정동 사업장은 지난해 5월 노후 단독주택 소유자 2명(총 3개 필지)이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기존 주택(2호)을 철거하고 새로운 다세대주택(12호)을 신축했다. HUG는 총사업비(13억5000만 원)의 70% 수준인 9억4000만 원 상당을 연 1.5% 저리에 융자했다. 한국감정원은 사업성 분석비용 지원, 사업시행인가·이주·준공 등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지원했다. LH는 민간의 미분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축 물량을 모두 매입해 청년 및 신혼부부 등에 맞춤형으로 공급할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했다. 지난해 5월 주민협의체가 구성된 지 약 1년 만에 사업이 끝났다.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동구 수정동, 수영구 망미동에 자율주택정비사업장이 준공될 예정이며, 시내 곳곳에서 주민합의체 구성과 사업시행계획 인가 등 이 사업의 준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감정원은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를 통해 홍보를 강화한다.

김석천 한국감정원 부산동부지사장은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소수가 참여해 합의가 쉽고 속도가 빨라 고지대 등에 노후주택이 많은 부산에 적합하다. 지역 건설업계도 직접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