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 예견 불구 건축허가 잇따라
- 2013년부터 주민 대거 유입
- 공장 측 잇단 환경개선 투자에도
- 대기오염 민원 빗발… 감당 불가

- 지역 일자리 400여 개 증발
- 해당 부지 용도변경 계획 관측도

대한제강에 합병된 YK스틸이 공장 역외 이전을 추진하자 지역 상공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장이 1960년대부터 현재 자리에서 운영됐는데, 주변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주민과 마찰을 빚을게 뻔한데도 계속 건축 허가가 났기 때문이다.

12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YK 스틸 부산 공장 모습. YK 스틸은 충남 당진으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충남도 등과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12일 YK스틸에 따르면 업체는 2023년까지 부산공장을 충남 당진 석문산업단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전 예정 부지는 2019년 대한제강이 신규 공장부지 확보 목적으로 391억 원을 들여 매입한 6필지다. 대한제강 고위 관계자는 “MOU는 깨질 수도 있다. YK스틸 이전 문제는 아직 책임 있게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이미 부지까지 확보된 만큼 공장 이전은 기정 사실로 여겨진다.

YK스틸 부산공장은 1966년부터 현재 자리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옛 한보철강이 1990년대 부산에서 당진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1997년 도산하면서 중단됐다. 그러나 이전 계획이 무산되기 전 공장 주변이 택지지구로 지정됐다. YK스틸은 2009년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강서구 미음지구에 공장을 이전하기로 했지만, 이듬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이전 계획을 보류했다.

공장 이전 계획이 무산되는 동안 부산공장 반경 500ｍ 내에 6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이 중 3곳은 2013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2013년 6615명이었던 구평동 인구는 2018년 기준 1만1583명으로 늘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30, 40대 인구가 크게 늘었다. 자연히 민원도 증가했다.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면서 대기감시단을 꾸려 이틀에 한 번꼴로 오염도를 측정하는 모니터링을 벌이기도 했다. YK스틸 관계자는 “공장을 이전하면 생산단가 하락 등 효과도 있겠지만, 공장 이전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 민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태풍 때문에 방진막이 쓰러졌을 때 주민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시나 구도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만, YK스틸 입장에서 억울하지 않았겠느냐”며 “YK스틸이 환경개선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민원이 지속된 만큼 공장 이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시나 구에서 중재 역할을 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2023년 YK스틸이 이전하면 용도변경을 거쳐 부산공장 부지에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월 대한제강이 물적분할을 통해 YK스틸을 인수하면서 철강 제조 설비와 판매사업만 승계받고 야마토공업그룹이 부산공장 토지를 보유하게 된 현재 구조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10년 YK스틸이 미음지구로 이전을 보류할 때 지역 상공계에서는 야마토공업그룹이 사업으로 성과를 내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주민 민원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만큼 해당 부지가 생산활동에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결과적으로 부산에서 400명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사라진 셈으로 고용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제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