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살려냈던 HMM(옛 현대상선)이 선복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HMM은 이번에는 긴급 수출 물량을 싣기 위해 선박 두 척을 임시 투입했고 두 척의 선박은 지난달 31일 부산항을 출항했다.

HMM은 국내 수출기업을 위해 긴급 투입한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호와 HMM 인테그랄호가 7980TEU(TEU는 길이 약 6ｍ짜리 컨테이너 박스 한 개)의 화물을 싣고 지난달 31일 밤 부산항에서 LA로 출항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오후 ‘HMM 프레스티지호가 화물을 가득 싣고 부산항을 떠났다. HMM 제공

앞서 해양수산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선주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지난달 29일 ‘국적 해운선사와 수출 중소기업간 상생 협력을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첫 협력 성과다. 임시 선박 투입은 세 번째이지만 두 척을 한꺼번에 투입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 수출 기업은 최근 미국 소비재 수요 증가, 블랙 프라이데이 등 계절적 수요의 영향으로 수출계약 물량이 늘었음에도 수출 컨테이너 선박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선사가 수익성이 높은 중국-미국 노선에 집중적으로 선박을 배치하면서 한국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선박 부족 문제가 가중됐다.

HMM은 국적선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복귀 항로에서는 화물 확보가 어려워 수익 감소가 예상됨에도 한국 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임시선박을 긴급 투입했다.

두 척의 선박에 선적한 화물 가운데 약 60%는 중견·중소기업의 화물로 채웠다. 미국의 급한 수요에도 한 달 넘게 선적하지 못한 국산 방호복, 보호장구와 손세정제 원료가 400TEU를 넘겼고 교민들이 기다리는 고추장, 된장, 라면 등 한국 식품이 평소의 3배가 넘는 300TEU의 물량을 선적했다. A 제철기업은 해외선사와의 사전계약에도 수차례 선적이 지연된 제철화물 30TEU를 실었다.

또한 B자동차 부품회사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 1200TEU의 화물을 선적했는데 이달 안으로 인도되지 않으면 자동차 생산시설이 멈추게 될 상황이었다. HMM은 국내 수출 물동량 확대로 선박 부족이 예상되는 내년 2월까지 매달 한 척 이상의 임시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