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9월 발생한 5개 태풍의 이동경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대형 태풍인 마이삭과 하이선의 발생 원인이 북태평양 필리핀 해역의 고수온 현상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표층수온이 예년에 비해 높고 수심 50ｍ까지 고수온층이 형성된 것이 태풍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대형태풍은 중심으로부터 초속 15ｍ 이상의 바람이 부는 강풍 반경이 500~800㎞인 태풍을 말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달 해양조사선인 이사부호를 이용해 북서태평양 해역 55개 지점에서 수온과 염분을 조사한 결과, 필리핀 해역 상층수(수심 50ｍ 이하) 온도가 지난 3년간 8~9월 평균 수온보다 1도가량 높아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었다고 11일 밝혔다.

태풍은 열이 해양에서 대기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데 표층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일 때 대기는 바다로부터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받아 열대 저기압을 형성하고, 이 상태가 지속하면 태풍이 발생한다. 폭풍우를 동반한 태풍은 고위도로 이동하며, 고수온 물이 두껍게 분포한 따뜻한 소용돌이를 만나거나 쿠로시오 해류를 통과하면서 급격하게 강해지기도 한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통과한 후에도 상층 수온이 30도 이상을 유지해 해수의 높은 열용량이 지속됐다. 상층 고수온 현상이 계속되면 대기는 해양으로부터 지속해서 수증기를 공급받는데 이 경우 태풍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거나 강도가 강해지는 원인이 된다.

2018년과 2019년의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망쿳과 하기비스 발생 당시 인근 해역에서 고수온 현상이 나타났고, 제10호 태풍 하이선 역시 따뜻한 소용돌이의 영향을 받으며 대형 태풍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KIOST 김웅서 원장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와 해양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한반도 및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는 해양환경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KIOST의 인프라를 활용해 우리나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해양기후변화를 관찰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