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양수산청에서 지난 3일 열린 ‘부산항 방역관리 강화대책 관계기관 회의’에서 선원노련 관계자가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선원노련 제공

부산해양수산청에서 지난 3일 열린 ‘부산항 방역관리 강화대책 관계기관 회의’에서 선원노련 관계자가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선원노련 제공

정부가 하선하는 선원에 대해 오는 13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선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해양수산 관련 기관에서 항의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선원들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무조건 14일 자가격리가 아닌 합리적인 조치를 바랍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 3일 한 국적해운 선원이 올린 글로 이틀 만에 8000건에 달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 마감은 다음 달 2일이며 20만 건 이상 동의를 얻으면 정부가 입장을 밝힌다.

　그는 “감천항 러시아 선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항만 검역의 허술함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는 무작정 오는 13일부터 하선한 선원들에게 14일간 자가격리 하라고 했는데 이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흘기는 것처럼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대응 지침상 연차 휴가 강제 소진은 불가하다고 나와있지만 선원들은 유급휴가를 소진해야 하는 등 예외로 취급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국적선사 선원들을 바이러스 취급하지 말고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합(선원노련), 한국선주협회, 한국검수검정협회 등 관련 단체 관계자 10여 명은 지난 3일 부산해양수산청에서 열린 ‘부산항 방역관리 강화대책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해 이번 정부의 대책인 하선자 전원 14일 격리 조치에 대해 박경철 청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해양수도 부산의 관문을 책임지는 관청이 선원의 마음도 모르고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를 그대로 전달한다”고 질책하며 “이번 조치로 벌어질 피해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청장은 “현장의 목소리와 분위기를 그대로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국립부산검역소에서 열린 ‘항만 검역(선원 관리) 강화 방안’ 회의에서는 선원노련 측은 “구멍난 검역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한국 선원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며 검역당국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면서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선원노련은 이번 주에 해양수산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선원들에게만 가혹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다.

　한편 선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해양수산부 김준석 해운물류국장은 “중앙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14일 동안 다른 항구에 기항하지 않았고 선원을 교대하지 않았으며, 선내 유증사가 없을 경우 격리를 면제하기로 진일보한 결론을 이끌어냈다”며 “14일 중 이런 조건을 갖춘 날을 뺀 날짜만 격리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추가로 질본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