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 종부세 올려 편법거래 차단
- 보금자리론 쓰면 3개월내 전입
- 1년 이상 거주케 해 갭투자 근절

- 부산·경남 규제 직격탄 피했지만
- 풍선효과 투기·양극화 심화 전망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 정책을 내놨다. 집값 상승의 주요인인 법인을 활용한 투기 수요를 근절하고, 전세를 이용해 적은 돈으로 다주택을 매입하는 갭 투자를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규제 지역도 수도권의 서쪽 절반으로 확대한다. 또 수도권의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2년 실거주하게 하는 등의 규제도 담고 있다.

김현미(가운데)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부산지역 부동산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피해 유동자금이 부산 등 비수도권으로 몰리면서 또 다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부산지역 내 양극화도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1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이자 반복되는 규제에도 진정과 상승을 반복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특단의 조처다.

우선 정부는 부동산 법인을 악용한 주택 편법 거래에 칼을 빼 들었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중 최고세율을 단일 세율(3%, 4%)로 적용한다. 지금까지는 개인과 법인에 대한 구분 없이 납세자별로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종부세를 부과했다. 법인이 주택을 팔 때 추가세율을 20%로 인상하고, 법인이 8년 장기로 임대 등록하는 주택에도 추가세율을 적용한다.

아울러 다음 달부터는 모든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아예 금지된다. 현재 규제지역 내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20~5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아예 LTV 규제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해당 사업자의 주담대가 금지된다.

갭 투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지금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차주에게 전입 의무가 부과되지 않지만, 다음 달부터는 주택 구매를 위해 보금자리론을 받는 경우 ‘3개월 내 전입’ 및 ‘1년 이상 실거주 유지’ 의무가 생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취급하는 1주택자 대상 전세 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축소된다. 이는 1주택자의 전세 대출이 갭 투자 용도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지금까지는 수도권 4억 원, 지방 3억2000만 원이 한도였다.

법인을 이용한 투기 수요와 갭 투자가 차단되면 단기적으로는 매물이 늘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이번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부산 등지는 직접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외지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산 등 지역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지역과 그 외 지역에 대한 양극화도 더욱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비규제 지역 중 가장 큰 도시인 부산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예상된다. 대단지 신축, 분양권, 입주권 중심에서 입지가 좋은 소규모 신축아파트와 구축아파트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석주 장호정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