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도 3.9%↓ 600선 붕괴
- 경기침체 불안감 해소 역부족

국내 증시는 ‘백약이 무효’였다. 금융당국이 증시 안정을 위해 전날 공매도 규제 강화 대책을 내놓고 전 세계에서 경기 부양책이 발표됐지만 ‘경기 침체’의 공포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11일 국내 증시는 다시 급락하며 코스피 지수가 4년여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증시 전광판 화면에 폭락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1900선 아래로 밀려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66포인트(2.78%) 떨어진 1908.27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6년 2월 17일(1883.94) 이후 약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1898.27까지 떨어지며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24.36포인트(3.93%) 내린 595.61로 마감했다.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시가총액 36조5849억 원이 증발됐다. 외국인이 7002억 원, 기관이 4646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1조819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 동안 3조7114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3조7871억 원을 쓸어담았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급여세 면제 정책 등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폭락했던 전날 장에 비해 5% 가까이 반등했지만 국내 증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다시 한번 키웠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공포감이 커진 데다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의 급여세 완전 면제의 의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불거진 경기 침체 공포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는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코스피 지지선은 1900보다 아래로 봐야 할 것이다. 개인이 매수한 물량도 상당히 쌓여서 당분간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의 공매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증시 불안정이 계속되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장중 코스피는 1900선이 깨졌다. 11개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일시 금지하는 것은 한심한 대책”이라며 전면 금지를 촉구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매도 전면 금지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