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동유럽까지 해상운송과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활용한 해륙 복합물류 루트가 현실화된다. 부산항~러시아 보스토치니항~폴란드 브로츠와프까지 23일 소요될 예정이다. 35~40일이 소요되는 기존 선박 운송보다 12~17일 단축되는 셈이다.

종합물류기업 판토스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한 한국(부산)·중국(난징)~유럽 간 신규 운송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이용호 부사장과 러시아 트랜스컨테이너( PJSC TransContainer) 사의 사라예프 대표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규 TSR 서비스 론칭 기념식을 열고 두 회사 간 서비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해륙복합물류루트 이미지. 판토스 제공

PJSC TransContainer는 TSR 철도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러시아 최대 철도 물류기업이다. 러시아 철도 컨테이너 운송의 약 42%와 컨테이너 터미널 물동량의 약 17.6%에 달하는 물동량을 취급한다.

판토스는 러시아 최대 철도 물류기업의 국내 TSR 운송 독점 공급권을 확보하고 두 회사는 한국·중국~유럽 간 정기 철도운송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중에 개시하기로 했다. 우선 주 1회 블록트레인(논스톱 급행 화물열차)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보스토치니항이 출발점이다. 부산과 중국 난징에서 각각 선박으로 운송된 화물은 보스토치니항에서 TSR을 통해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직송된다. 철도운송 거리는 약 1만1000㎞가량이다.

판토스는 지난달부터 이 루트를 이용해 LG화학이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반제품(배터리 셀)과 장비를 폴란드로 운송하는 프로젝트의 테스트 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컨테이너 1개 당 화물 가액이 40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배터리 셀 운송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운송 간 화물의 온도 유지를 위해 일반 컨테이너가 아닌 특수 컨테이너를 이용했다.

이 컨테이너는 온도 조절이 가능해 수송 중 냉장이나 냉동을 요하는 농수축산물, 의약품 등의 운송에 주로 이용된다. 그동안 TSR을 이용한 유럽으로 향하는 일반화물 운송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위험물을 특수 컨테이너에 실어 운송한 것은 TSR 역사상 처음이다. 지금까지 배터리 등 위험물은 대부분 해상으로 운송됐지만 운송 소요 기간이 길었다.

이번 신규 서비스 개발로 운송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는 게 판토스 설명이다. 판토스 이용호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는 이 시기에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수출 고객사의 운송 리드타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며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토스는 향후 앞으로 한·중·일의 배터리 산업군을 비롯해 냉장화물, 자동차 산업군 등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남북 간 철도 연결이 현실화하면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철로로 연결되는 ‘꿈의 철도 물류망’ 시대도 열린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