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5대 시중은행이 파생결합상품 판매 수수료로만 2조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노원 갑)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5곳은 2015년부터 지난달 초까지 약 4년8개월여 동안 파생상품 판매로만 1조9799억 원의 수수료를 거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이 같은 기간 판매한 파생상품은 모두 460만 건에 액수는 208조 원에 달한다. 특히 2016년 23조5566억 원이었던 판매규모는 지난해 55조9131억 원으로 2년 만에 137%나 늘었고, 이에 따라 고객의 손익과 무관한 판매수수료 수입도 2078억 원에서 5463억 원으로 163% 급증했다. 올해 수수료는 지난 8월 초 기준 4323억 원을 넘겼다.

파생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4년8개월 동안 75조 원(161만 건)을 판매해 7495억 원의 수수료를 얻었다. 이어 하나은행이 52조 원 어치를 판매해 수수료 4850억 원을 벌어들였다. 신한(35조 원), 우리(32조 원), 농협(14조 원)이 파생상품 판매로 각각 3299억 원, 2924억 원, 1230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초래한 독일금리연계 DLF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지난 7월 말까지 2조4457억 원의 DLF를 팔아 227억 원의 수수료를, 우리은행은 1조6110억 원을 팔아 170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두 은행이 판매한 DLF는 총 4조567억 원으로 전체 DLF 판매액(4조7462억 원)의 85%에 달한다.

이들 두 곳은 특히 DLF 판매량이 늘자 판매수수료율도 꾸준히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2016년부터 0.67%의 판매수수료율을 적용했으나 지난해 0.87%, 올해 0.99%까지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2015년 0.2%이던 수수료율을 지난해부터 1% 이상으로 올렸다. DLF는 대부분 1% 넘는 고율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지난 16일 첫 번째 만기(6개월)가 도래했던 DLS는 판매 당시 1.4% 수수료가 적용됐다. 연으로 환산하면 3% 가까운 수수료를 문 셈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펀드 판매수수료는 납입금액의 2%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만기를 짧게 하면 규제를 피해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고용진 의원은 “은행 고객은 대부분 예·적금 위주의 안전한 투자를 찾는다.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초고위험 파생상품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에서 초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1일 DLF 상품 판매와 관련해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벌인 합동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