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의 초저지연성을 활용한 첨단 하역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부산항에 구축된다. 부산항 북항에서 첫 실증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항만 하역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와 서호전기는 지난 21일 업무 협약을 체결(국제신문 지난 22일자 10면 보도)해 국내 항만에 5G를 활용한 첨단 하역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부산항만공사(BPA)가 부산항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확인한 셈이다.

BPA는 29일 부산항 북항의 바퀴 이동식 트랜스퍼 크레인에 5G 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을 적용해 원격 조종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PA가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서호전기의 제어기술이 접목되어 있는 기존 크레인을 대상으로 서호전기가 LG유플러스의 5G 망을 이용해 기술 개발을 맡는다.

BPA가 기술 협력사로 했던 서호전기와 LG유플러스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파진흥협회가 공모한 국책과제인 ‘5G 콘텐츠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선정돼 올해 말까지 부산항 북항 터미널에서 운영하는 바퀴형 야드 크레인을 원격 제어해 컨테이너를 트레일러에 싣는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야드 크레인은 부두 내 장치장에서 컨테이너를 옮기거나 트레일러와 야드 트랙터에 싣고 내리는 핵심 하역장비다.

두 회사는 크레인에 5G 무선 송수신 장치, 고해상도 카메라, 3차원 센서(라이다 센서), 자세 제어 장치 등을 설치해 멀리 떨어진 통제실에서 영상을 보면서 원격으로 컨테이너를 이송장비에 정확하게 싣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무선으로 크레인을 원격 조종하려면 고해상도 영상을 시차 없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크레인에 달린 카메라로 보는 현장 영상이 1초만 늦게 전송되어도 컨테이너가 트레일러 위에 정확하게 내려지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게 BPA 설명이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는 5G 초저지연 영상 전송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중장비 운영 영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독일 뮌헨바우머 전시회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5G 굴삭기 원격제어 기술을 선보였고 지난해 말에는 LS엠트론과 5G 트랙터 원격제어 실증을 펼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부산항 북항 하역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이 일대에 촘촘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BPA는 과기정통부 과제와 별도로 야드 크레인이 자동으로 주행해 정해진 위치에 있는 컨테이너를 집어서 트레일러 등 이송장비가 있는 장소로 옮기는 데 필요한 기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바퀴형 트랜스퍼 크레인은 레일 위를 주행하는 신항의 RMGC와는 달리 주행 중 물체와의 충돌, 간섭, 주행 노면 불규칙, 타이어 공기압 편차, 컨테이너를 들어 올릴 때 좌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BPA는 LG유플러스와 서호전기의 국책과제와 자동 주행 장치를 동시 수행함으로 타이어식 트랜스퍼 크레인의 완전한 무인원격 자동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두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적용하면 현재 부산항 신항의 부두들이 광케이블로 원격 조종하는 레일형 야드크레인과 같은 자동화 수준을 구현하게 된다. 북항의 바퀴 이동형 야드크레인을 5G 망으로 원격 조종하게 되면 광케이블 매설에 드는 비용과 하역 차질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 항만에서 사용하는 야드 크레인의 80%는 부산항 북항과 같은 바퀴 이동형이다. 부산항에서 5G 통신을 이용한 원격 조종 시스템 실증에 성공하면 외국 항만 수출 가능성도 열린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