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백색 국가 日 배제 연기 왜

- ‘다’ 지역 신설 일본 포함 방침
- 최종안 내용 발표 예정이었지만
- 일본 의도 파악 후 상응 조치

# 日 ‘일부 수출 허가’ 불확실성 여전

- 28일부터 모든 산업 분야 영향
- 예상 못 한 시점 기습 지정 우려
- 한은 “미중 분쟁 겹쳐 부정적”

# 소재·부품·장비 탈일본 가속

- 정부, 일본 의존도 낮추기 위해
- 대기업 R&D 출연금 부담 축소
- 해외기업 M&A 시 세액공제

일본이 지난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세칙에서 ‘개별 허가’ 추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데 이어 8일 대한국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인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하면서, 우리나라를 겨냥한 일본의 경제 도발이 일단 외형적으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본이 언제든지 개별 허가 품목 지정에 나설 수 있는 데다 이번 수출 허가 역시 ‘명분 쌓기’ 작전일 가능성이 커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의도 파악한 뒤 ‘상응 조치’

정부는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한국의 백색 국가인 ‘가’ 지역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 방안을 논의했다. 이 안건은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한 데 따른 상응 조치다.

현재 한국은 수출 국가를 ‘가’ 지역과 ‘나’ 지역으로 구분해 전략 물자 수출을 관리한다. 백색 국가에 해당하는 가 지역에는 ‘사용자 포괄 수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국가가 포함돼 있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29개국이 있다. 정부는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포함할 방침이다.

애초 정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확정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전략물자 수출제도 변경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포토 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을 허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정부가 백색 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법 개정안을 이날 확정하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 만큼 우리도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또 일본의 수출 허가 결정이 ‘술수’일 가능성이 있어 시간을 두고 일본 측 의도를 충분히 파악한 뒤 이에 상응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추후 관계장관 회의 일정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습 공격’하려나

최근 감지된 일본의 ‘숨 고르기’로 일단 우리 기업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발 수출 규제 사태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본이 지난 7일 한국을 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안을 고시해 오는 28일부터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일본이 개정안을 고시하면서 구체적인 ‘개별 허가’ 대상 품목을 공개하지 않아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책 마련에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상과 달리 개별 허가 추가 품목 지정이 지난 7일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한국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일본이 기습적으로 품목을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한일 경제 전쟁은 미중 무역 분쟁과 함께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라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업계가 느끼는 불확실성과 그에 따르는 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산업부는 이날 3개 산업과 관련한 연구·개발(R&D)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요 기업인 대기업이 R&D에 참여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출연금 부담 등을 낮추고 신속한 사업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기재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우리 기업이 소재·부품·장비와 관련한 해외 전문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 인수 금액의 5% 이상을 세액공제하기로 했다. 또 우리나라 기업끼리 연구·인력 개발과 설비투자를 목적으로 소재·부품·장비 관련 중소·중견기업에 공동 출자하면 출자 금액의 5%를 법인 세액에서 공제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