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품목별 모니터링 강화 등
- 향토업체들과 선제적 조치 논의
- “장기화 땐 車부품·관광 등 타격”

일본이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부산시가 지역 산업계 관계자와 함께 긴급 현안회의를 열었다. 지역 산업계는 당장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모두 공감했다. 반도체 수출 규제 영향이 장기화하면 전 산업계가 타격받는 게 불가피하므로, 업계는 감정적 대응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9일 부산시청 12층 회의실에서 오거돈 시장 주재로 일본의 무역 보복과 관련한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9일 오후 부산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일본 반도체 수출 규제 시행관련 긴급 현안회의’에서 오거돈 시장은 “반도체 수출 규제가 동남권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일본과 가까운 부산의 특성상 갈등이 이어지면 지역 산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일본이 양국 관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도 의견을 모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우선 각 산업의 품목과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향후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수출 규제 지원 대책단’을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수출 규제 지원 대책단은 ▷피해 기업 조사반 ▷긴급 자금 지원반 ▷산업 육성 지원반 ▷관광 지원반 등으로 구성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핵심 부품 및 소재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해 대체 시장을 확보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지역 산업계는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4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모니터링 결과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한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다. 부산상의 이갑준 상근부회장은 “피해는 없지만,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점에는 모든 경영인이 공감했다”며 “반도체로 시작해 자동차부품과 기계 등으로 규제가 확산하면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계의 고민도 깊다. 부산자동차부품조합 오린태 이사장은 “지역 기업이 제조하는 부품의 원부자재 비중에서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소재 등을 포함한 원부자재 영역에서 일본을 대체할 시장이 없어 일본과의 관계가 끊어지면 자동차부품뿐 아니라 완성차 제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관광업계도 갈등 장기화를 우려했다. 부산관광공사가 최근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이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내국인 위주로 취소 사례가 일부 나타났다.

부산관광공사 나호주 상임이사는 “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취소하면 일본인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양국의 교류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다행히 당장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이 없기에 이 사안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