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부가 해체시킨 동명·국제그룹
- 부산경제·위상 추락에도 큰 영향

국내 경제를 주도했던 시기를 비롯해 지금까지 부산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기업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시간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70년대 세계 최대 합판기업이었던 동명목재 작업장 모습(왼쪽 사진)과 동구 범일동에 있었던 국제고무공업 전경. 부산상의 제공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됐던 시기에는 국내 경제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민족 기업이 있었다. 구포은행 백산상회 등이 대표적이며 안희제 윤상은 등이 선구적인 기업인이다. 곡물 면포 해산물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상회였던 백산상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의 국내 보급 통로였다. 일본 경찰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1927년 해산됐다.

1917년 설립된 조선방직도 1960년대 말 문을 닫기까지 한국 최대의 방직기업이었다. 당시 공장 부지 25만 ㎡, 공장 건물 54동, 종업원 2000여 명을 고용하며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조방 앞’이라 불리는 지명도 당시 조선방직이 있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정치적 외압으로 해체된 기업도 있다. 1950년대 삼화그룹과 합판을 모태로 1970년대 급성장한 동명그룹, 신발을 기반으로 한국재계 서열 7위까지 뛰어 올랐던 국제그룹의 몰락은 지역 경제와 부산의 위상 추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인이 설립한 삼화고무는 1958년 고 김지태 회장이 인수하며 종사자가 1만 명을 넘고 수출 실적 1, 2위를 다툴 정도로 신발 간판기업으로 성장했다. 국제고무공업사를 모태로 한 국제상사 역시 1981년 자체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내놓으며 1985년 그룹 매출액이 1조80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 강석진 회장이 설립한 동명목재는 1968~1971년 전국 수출액 1위, 1977년 수출액 1억 달러를 기록하며 1970년대 세계 최대 합판기업으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전국 기업의 지역 진출 및 불황으로 미화당 태화쇼핑 세원 리베라 신세화 부산 같은 향토백화점이 스러졌다. 동남은행도 IMF 경제위 기 이후의 금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주택은행에 인수됐다. 이들 기업이 지금까지 건재했다면 부산과 부산경제의 위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