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日 대사 초치… 강대강 대치

일본 정부가 1일 징용 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적 보복 조치를 발동하면서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무역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라는 일본의 ‘기습 공격’에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초강수’로 대응하기로 했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WTO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그 이유를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된 탓”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3개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처를 해왔으나 오는 4일부터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의 금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 대책회의를 열고 국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2시25분 서울 외교부 청사로 나가미네 야스미사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招致)해 이번 조치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특히 조 차관은 이번 조치가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자유무역 선언문의 취지에도 정면 배치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선거 전략도 이번 경제 보복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가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 보복을 통해 극우 세력을 결집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태경 이석주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