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重 고유기술 발제하고

- 국립 연구기관들도 조언

- 27일엔 獨 업체 기술전수

- “기술·시장 정보 너무 부족”

- 지역 관련업계 어려움 호소 

부산시가 원전해체산업의 기술 선점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수십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첫 단계로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술이 민간에 전수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국내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분야라는 점에서 지역 중소기업은 기술과 시장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부산시는 26일 강서구 부산테크노파크 소회의실에서 ‘제1차 원전해체 기술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에서 사용후핵연료 운송 장비(CASK, 이하 캐스크) 기술을 개발한 두산중공업이 발제자로 나섰다. 지역 단조업계 4개사(태웅 성일에스아이엠 성광벤드 에스엔더블유)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연구기관 관계자가 원전해체 관련 기술 조언을 위해 참여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두산중공업 차요섭 차장은 “캐스크 기술은 방사선이 누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장비다”며 “국내 원전에서 관리하는 습식 저장 시설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건식 저장 방식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두산중공업은 2017년 이에 필요한 캐스크 기술 개발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캐스크는 방사선을 차폐하고, 열을 식히는 금속재질의 저장 장비다. 두산중공업은 저장뿐 아니라 이송까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방사선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화재에도 캐스크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9ｍ 높이에서 떨어져도 파손이 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7일에는 원전해체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독일업체 10개사가 부산을 방문한다. 한독상공회의소가 주최했다. 방사능 오염물질 제거 설비와 원전 해체 관련 서비스, 방사능 오염 물질 제거 설비 기술을 갖춘 업체가 지역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자리다.

하지만 지역의 관련 업계는 원전해체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은 데다, 제도와 기준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전체 공정은 물론이고 개별 제품군에 관한 공급망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를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술협의회에 참여한 또 다른 업체 B사 관계자도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원전해체산업 육성 전략에는 산업과 기술에 관한 구체적 계획이 전혀 없었다”며 “기술 개발은 물론, 개발 이후 인증 등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인데 이에 관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므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시 이용창 원자력안전과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련 기관과 협조 체계를 공고히 할 예정”이라며 “원전해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증하는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으므로, 지역 중소기업 참여를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