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 식품’ 사옥 전경

“고향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할 때 따가운 시선이 있었습니다. ‘도시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귀향한 것 아니냐’ ‘젊은 여성이 농촌의 일을 쉽게 생각한다’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과 상생하며 ‘식품 명인’이 되겠다는 꿈에 조금씩 다가가는 중이죠.”

전남 구례군 지리산 국립공원 내 ‘피아골 단풍마을’. 해발 600m 고지에 있는 이 마을은 ‘농약과 축사가 없는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그런 피아골에는 배 한 척이 있다. 물론 모형 선박이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고로쇠 된장 등을 제조·판매하는 ‘지리산 피아골 식품’ 사옥이다.

이 업체를 운영하는 김미선(31) 대표는 자신 스스로를 ‘지리산 꽃처녀’로 부른다. 이곳에서 출생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학창시절 저는 새 교복 한 번 입어보지 못했습니다.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꿈은 많이 꿨습니다. 고교 졸업 후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자신있는 일’을 하고 싶어 1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일하면서 장을 담그거나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죠.”

김미선 대표(오른쪽)

귀향 후 김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이 업체를 설립했다. 여기에는 김 대표와 뜻을 같이 하는 동향 ‘소꿉놀이 친구’ 3명이 참여했다. 이들 역시 도시에서 ‘꽤 좋은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사업에 동참한 경우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부모 세대가 해놓은 것을 젊은 사람들이 마케팅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전남의 발효식품 산업이 이미 포화 상태여서 성공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산 속에 있는) 사옥의 형태를 배 모양으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김 대표가 업체를 운영하면서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는 ‘상생과 공존’이다. 그는 “우리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동화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면 지역 농식품 산업의 위상도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피아골 식품’ 사옥 인근에 있는 원적외선 방사 신소재 특허발효 용기

현재 ‘지리산 피아골 식품’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주요 백화점과 학교 등에 납품된다. 재구매율은 50%를 넘고 2015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해썹(HACCP, 식품 안전관리 인증 기준) 등을 인증받아 주요 명인의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납품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의 꿈은 사옥 인근에 청년을 대상으로 한 ‘융복합 교육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속 문구를 소개했다.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는 말에 확실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