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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원전해체산업이다 <1> 왜 원전해체산업인가

안전·성장 다 잡을 미래동력 … 태동기 글로벌 시장 선점해야

  • 국제신문
  •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19-06-16 19:36:2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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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원전에 대한 불안 점점 고조
- 탈원전 이슈를 산업과 연계하면
- 미래 먹거리까지 발굴 ‘일석이조’

- 국내 최초 상업원전 고리1호기
- 원전해체 시발점 될 중요한 설비
- 산업 본궤도 땐 경제 효과 막대
- 세계 549조·국내 22조 원 추산

사례1.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곳에 있는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원전)’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원자로 중심부인 ‘노심(reactor core)’이 운전자의 기계 작동 미숙으로 과열돼 절반 이상이 녹아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원자로 중심부가 부분적으로 노출됐고, 방사성 기체도 대기 중에 유출됐다. 이는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년 4월)가 일어나기 전까지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로 불렸다. 미국 여론은 이 사고를 계기로 ‘원전 추가 건설’을 지지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동했다.

사례2.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내 전원 및 냉각 시스템이 파손됐다. 이로 인해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대재앙’으로 번진 것이다. 사고 후 원전 반경 20㎞ 이내 주민은 모두 대피했다. 방사능 유출에 따른 대기·토지·해양 오염 등의 여파는 사실상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경제적 피해액을 최대 48조 엔(525조 원)으로 추산했다.
   
고리 1호기 전경
■원전 해체, 제조업과 연결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탈(脫)원전’ 정책의 근본적인 배경은 이처럼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 피해를 주는 원전 사고의 가능성을 차단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그림이 있다. 바로 연관 산업 활성화다. 원전 해체 산업을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면 아직 초기 단계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흔히 원전 해체 산업은 원자력 자체뿐 아니라 기계 화학 금속 등 제조업 전반과 연결되는 융합 산업으로 인식된다.

윤기돈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수명이 다해가는 원전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원전 해체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원전 해체는 원전을 건설하거나 유지·보수하는 것만큼 유망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체가 완료된 뒤 원전이 있던 대지를 산업단지나 공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면 문화·서비스·관광산업으로 파급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에는 고리1호기를 포함해 총 25기의 원전이 있다. 이 가운데 2030년 이전 수명이 종료되는 것으로 설계된 원전은 11기다. 고리 2~4호기, 한울 1·2호기(경북 울진), 월성 1~4호기(경북 경주), 한빛 1·2호기다. 나머지 14기 중 13기는 2030년 이후 정지된다. 나머지 1기는 2017년 6월 18일 자정을 기해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다. 정하민 한국수력원자력 해체준비팀장은 “사실 고리1호기는 지금도 정상 가동 대비 50% 수준의 설비가 운영된다”며 “서서히 폐로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고리1호기는 1970년대 초반 석유 발전 중심의 전력 구조 취약성을 탈피하고자 1978년 도입된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발전원’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특히 해당 사고가 ‘상업용 원자로에서 난 사고’인 탓에 고리1호기도 안심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에 정부는 수년간 논의 끝에 2017년 6월 9일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하기로 의결했다.

■고리 운명 지금부터

하지만 고리1호기는 단순히 ‘수명을 다한 원전’에 그치지 않고 ‘해체’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원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석영 부산대 원전해체핵심기술연구센터 교수는 “국내 원전 발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고리1호기의 역할은 어쩌면 지금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울경 기업의 기술력을 키워 이 산업에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지역 원전 해체 산업 발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목표로 정한 고리1호기의 해체 완료 시점은 2032년 12월이다. 이 목표는 2017년 6월 정해졌다. 고리1호기가 완전히 폐쇄되기까지 총 15년 6개월이 소요되는 셈이고, 앞으로 13년 정도가 남은 것이다.

해체는 크게 ▷안전 정지(2017년 6월~2022년 6월)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2022년 7월~2025년 12월) ▷시설물 본격 철거(2026년 1월~2030년 12월) ▷대지 복원(2031년 1월~2032년 12월) 등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은 지난 4월 고리원전에 짓기로 결정된 ‘원자력해체연구소’가 맡는다. 이 연구소는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도 양성한다. 부울경 원전 기업의 해체 산업 참여도 유도한다.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민간 경제자문회사 ‘베이츠화이트(BatesWhite)는 세계의 원전 해체 시장 규모를 총 549조 원으로 추산했다. 시기별로는 ▷2017~2030년 123조 원 ▷2031~2050년 204조 원 ▷2051년 이후 222조 원이다. 국내로만 한정하면 22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추산했다. 부울경 지자체도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1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 낙수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는 추산에 불과하다. 원전 해체 산업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수치에 큰 의미를 두거나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전 453기 중 해체가 완료된 것은 21기에 그쳤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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