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합작 철강공장’의 부산 유치가 업계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달 31일 자 14면 등 보도)과 관련 부산시가 ‘투자승인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애초 부산시는 부산시장의 사업추진 승인까지 진행했으나 철강 대기업의 반발과 주변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오히려 후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업계의 이익을 추구하는 한국철강협회 측과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측과의 사이에서 부산시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제신문은 논란이 되는 요소를 살펴봤다.

한중합작법인의 국내 측 중견기업인 길산그룹에서 생산한 철강제품.

●중국의 일방적 한국 진출이냐

국내 철강 대기업들은 이번 투자에 대해 중국의 일방적 한국 진출로 보고 있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면 국내 철강 수요를 잠식하고, 해외에 저가 철강 제품을 우회 수출하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달 말 한국철강협회와 스테인리스업계는 이 같은 내용의 정식 성명서를 시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합작법인(GTS)을 중국의 일방적인 한국 진출로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부산시가 외국인 투자지역에 외국기업을 유치하거나 국내 기업과 합작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과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합작법인을 추진하는 길산그룹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외국의 투자를 유치만 것만 해도 도와주지 못해 안달하던 부산시가 기술력을 인정받아 외국 파트너와 함께 국내, 특히 부산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GTS가 추진하는 분야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기존 철강제품과는 차별되며 오히려 철강산업의 파이를 키워 공생의 기반을 넓히는 일”이라며 “다른 기업이 이번 투자를 방해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자유경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산 헐값 제품의 국산 변신인가

투자를 반대하는 철강협회 측은 외국산 헐값 제품이 국산으로 변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그동안 우리나라 철강 산업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원료가 싼 지역에서 철강재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대로 된 생산 라인을 거쳐 질 좋은 철강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온 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의 많은 철강 대기업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떳떳하게 국산품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번 합작법인의 문제로 매도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중무역 갈등이라는 당면 경제상황도 검토해야 한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경제분쟁으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양국의 기업이 대승적으로 합의해 투자에 나섰고, 지자체가 승인까지 한 바 있는 투자를 발목잡아 투자가 무산된다면 중국기업이나 중국 정부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최근 방한한 중국철강산업 고위 경영인은 이 사안과 관련 “한국의 철강 대기업이 중국에 투자해 생산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중국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불쾌해 했다고 알려졌다.

●부산에 주어질 산업 측면의 혜택은

원칙에 어긋나거나 편법적 정황이 있다면 재검토와 철회를 주장할 수 있지만 정당한 투자를 지역 이기주의와 기득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 GTS의 새 공장은 직접 고용인력만 500명으로 예상되고, 관련 업무와 부수적 고용효과를 포함하면 2000여 명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GTS 측은 계약 추진 때부터 부산시와 경남, 울산을 아우르는 스테인리스 제조 클러스터 육성을 목표로 해왔다. 향후 추가 고용과 사업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길산그룹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부활을 위해서도,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부산시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도 이번 합작투자는 성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