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여 년 만에 맥주와 막걸리(탁주) 주세에 종량세를 적용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주류 가격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가격 기준의 종가세에서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분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변경되며 다른 주종은 소비자 후생과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산 맥주는 과세표준이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이 포함된 출고가격 기준이지만 수입 맥주는 국내 판매관리비나 이윤이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격 기준이어서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종량세 개편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주세법 개편과 관련해 전체 주종의 종량세 전환 대신 맥주와 막걸리부터 단계적으로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맥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맥주는 ℓ당 830.3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최근 2년간 출고량과 주세액을 고려해 세수에 변동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정했다.

총 세부담은 국산 캔맥주가 크게 준다. 현재 국산 캔맥주는 ℓ당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총 1758원의 세금이 부과됐지만, 새 제도에서는 23.6%(415원) 감소한 1343원이 매겨진다.

캔맥주를 제외한 다른 국내 맥주는 세부담이 소폭 오른다. 페트병 맥주는 1260원에서 1299원으로 3.1%(39원), 병 맥주는 1277원에서 1300원으로 1.8%(23원) 는다. 특히 생맥주는 현행 815원에서 54.6%(445원) 증가한 1260원으로 세부담이 껑충 뛴다. 이에 정부는 2년간 세율을 20%(830.2→664.2원) 경감해 2년 동안은 1022원으로 유지된다. 다만 현재 출고 수량별 20~60% 수준의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는 수제 맥주 업계는 생맥주 세율 추가 경감이 예상된다.

반면 수입 맥주는 가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전 종가세에서는 원가가 비쌀수록 세금이 많아 830.3원보다 세금이 높았던 고가 수입 맥주는 종량세 도입으로 세금이 줄지만, 저가 수입 맥주는 세금이 늘게 된다. 세부담이 1000원인 고가 수입 맥주는 세금이 17%(169.7원) 줄어들지만, 세부담이 700원인 저가 수입 맥주는 18.6%(130.3원) 는다.

이러한 세율 변화를 종합하면 국내 맥주 3사의 맥주 가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업체가 외국 맥주도 수입하기 때문에 세부담이 상쇄될 수 있어 업계에서도 과세체계 개편으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4캔에 1만 원 맥주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 이미 1만 원 이하로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며 “종량세로 전환돼도 4캔 1만 원은 충분히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변화에도 맥주 애호가는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 부담이 준다해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고, 제품 개발에 투자된다는 보장도 없어서다.

지난 3일 열린 개편안 공청회에서 이종수 무학 사장은 “소주와 맥주를 함께 취급하는 메이저 회사는 종량세로 얻은 편익을 제품 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지방 소주 시장 공략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와 같은 작은 회사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종량세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 편익이 저해될 수도 있다. 생맥주 세율 인하가 종료되면 가격이 오르는 데다 매년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세율의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점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병규 실장은 “맥주 업계는 원가 상승분을 모아서 보통 4∼5년에 한 번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세율이 매년 변동된다고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968년 주세체계를 종가세로 전환한 우리나라는 52년 만에 종량세로 다시 전환하게 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30개국이 주세 종량세 체계를 도입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