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국제신문 DB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침체가 지속되는 조선업을 지원하고자 정부가 올해 69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투입해 금융지원 확대와 인력 양성 등에 나선다. 조선기자재 업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는 2000억 원으로 늘어나고 제작금융 지원 대상은 2·3차 협력업체로 확대된다. 친환경 선박 등과 관련한 인력도 올해 총 2263명 규모로 양성된다.

●중형 선박 RG 규모 배 확대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9년 추경 편성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편성된 이번 추경은 총 6조7000억 원 규모로 짜여졌다. 미세먼지와 산불 대응 등 국민 안전에 2조2000억 원, 선제적 경기 대응 및 민생경제 지원에 4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 삶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과감한 경기대응 조치를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들 두 개의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활력 제고에는 총 692억 원이 투입돼 ▷인력 양성 ▷금융애로 해소 ▷친환경화 등 3대 과제가 중점 추진된다. 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하는 RG 보증 프로그램의 중형 선박(70억 원 이상) 지원 규모를 기존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제때 넘기지 못할 때 은행이 발주처(선주)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것이다. 한정된 보증 규모와 까다로운 발급 기준 탓에 그간 중소 조선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그림의 떡’으로 인식돼 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70억 원 미만 연안 선박에 대한 별도 RG 보증 1000억 원도 계속 지원한다”고 전했다.

제작 금융 지원 대상도 ‘조선 기자재업’에서 ‘조선 기자재 수주계약이 있는 업체’로 확대된다. 이는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기자재 업체가 조선소와 공급계약을 체결했어도 당장의 재료비·인건비 등 건조 자금이 부족한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번 대상 확대로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2·3차 협력사도 제작 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함정을 주로 만드는 방산업과 관련해서도 당초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이던 협력업체 보증인정 유예제도를 2년 연장하고, 최대 보증 면제한도를 기존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통해 조선 방산업체에 총 9000억 원의 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확대액 1000억 원과 방산부문 지원 9000억 원을 합치면 사실상 추가로 1조 원을 지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용접·도장·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건조 등 전문 인력의 양성 규모를 기존 800명에서 올해 2263명으로 대폭 늘린다. 항구 청소에 쓰이는 청항선 2척을 LNG 추진선으로 추가 발주하는 등 연내에 총 7, 8척의 LNG 추진선 발주를 지원한다. 아울러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45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직류기반 전기 추진선을 발주한다. 울산의 고래관광선이 첫 전기 추진선으로 검토된다.

●미세먼지 대응에만 1조5000억 투입

이번 추경 예산 6조7000억 원 중 미세먼지 대응에는 1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산불 대응시스템 강화에는 7000억 원, 선제적 경기 대응과 민생경제 긴급지원에는 4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존 182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소규모 사업장 대상 미세먼지 방지시설 설치 지원을 2000개 기업으로 10배 이상 늘리고,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를 15만 대에서 40만대로, 건설기계 엔진 교체를 1500대에서 1만500대로 대폭 확대한다. 가정용 노후 보일러를 저(低)녹스 보일러로 전환하는 지원도 기존의 10배인 30만대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경기 대응에도 총력을 쏟는다. 중소기업의 새 수출시장 개척에 필요한 무역금융을 2조9000억 원 확대한다. 창업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자본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초기 단계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혁신 창업펀드에 1500억 원을 추가 출자하고, 성장궤도 진입을 돕는 스케일업 펀드를 500억 원 규모로 신설한다.

일자리 예산 1조8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7만3000개 만들고, 실업급여 지원 인원을 132만 명까지 늘린다. 직업훈련 바우처인 내일배움카드 발급을 2만 명 확대해 최근 늘어난 실업자들의 재취업을 돕는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