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창업 1번지’를 추구하는 부산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창업 축제인 ‘벤처창업페스티벌’을 부산에 상설 유치하는 데 팔 걷고 나섰다. 서울에서만 개최되던 행사를 지난해 지역 최초로 부산에 유치해 성과를 거둔 데 따른 자신감이다.

부산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창업페스티벌’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나, 부산 유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단계”라며 “부산의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창업과 부산을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처창업페스티벌은 올해 19회째를 맞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창업 관련 행사다. 17회까지는 서울에서만 개최됐는데,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부산에서 열렸다.

지난해 부산 행사에서는 성과가 컸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호텔과 거리 곳곳에 스타트업 관련 행사가 3일 동안 열렸다. 44개에 달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됐으며, 3만 명이 넘는 참관객이 스타트업이 내놓은 신기술을 구경했다. 해외 벤처캐피털(VC)을 포함해 172명의 투자자가 부산을 찾았다. 스타트업은 예비창업자를 포함해 274곳이 참여했다. 현장에서만 337만5000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각종 협약도 이뤄졌다.

글로벌 행사로 자리매김한 벤처창업페스티벌이 2년 연속으로 부산에 유치될 가능성이 큰 데는 최근 지역에 창업 관련 인프라가 크게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2016년 문을 연 기술창업 지원센터인 해운대구 센탑(CENTAP)을 중심으로 지역에는 다수의 액셀러레이터와 VC가 활동 중이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창업보육센터는 63곳에 이른다.

이외에도 그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엘캠프(L-CAMP)’와 IBK기업은행의 ‘IBK 창공’은 물론,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가 잇달아 부산에 사무실을 냈다. 최근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부산에 지점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제로웹처럼 기업 가치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스타트업이 탄생했으며, 의료용 산소 발생기 기술을 개발한 엔에프가 최근 규제가 풀리며 2조 원 시장을 독점적으로 누릴 기회를 창출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는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벤처창업페스티벌을 부산에 계속해서 여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스타 역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행사를 부산으로 유치해 지역 관광·마이스 인프라와 연계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전례가 있다. 시 이수일 일자리창업과장은 “벤처창업페스티벌 같은 좋은 인프라를 확보한다면 부산이 아시아권 창업 1등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