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고인의 투병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활약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8일 새벽 미국 현지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앓던 병은 폐질환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폐암 등의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 당시 검찰에 “폐가 섬유화 되는 병”이라고 밝혔다. 이를 미루어 조 회장의 병은 폐섬유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폐섬유종은 폐조직이 굳어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폐의 섬유화가 진행되면 폐벽이 두꺼워져 혈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환자는 고통스러운 숨가쁨 현상을 겪게 된다. 폐섬유증으로 인해 섬유화가 진행된 폐 조직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특히 폐섬유종의 경우에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 회장은 투병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재계 소식통은 “조 회장이 투병 사실을 숨긴 것은 당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빠 질병을 핑곗거리 삼는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룹 측은 조 회장이 수술 뒤 경과가 좋았고 몸이 회복하는 단계였는데, 지난달 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 회장의 변호인이 지난해 영장실질심사 당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 이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미국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해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않는 등 수사 속도도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곁에는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남아 미국 현지에서 병간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조 회장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에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급히 미국으로 떠나 아내와 3자녀가 모두 조 회장 임종을 지켰다. 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