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상의, 30곳 긴급 모니터링
- 최대 40% 납품물량 감소 시달려
- 조업 단축·중단에 급여 20%줄어
- 채용하려 해도 취업자 기피현상

- 노사, 내일까지 2차 교섭 진행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 분규가 길어지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이 생산량 감소와 고용 유지 어려움 같은 경영 위기에 내몰린다. 르노삼성차에 상당량을 납품하는 업체는 사태가 악화되면 공장을 정리하는 것도 고려할 정도로 고통을 겪는다.

부산상공회의소가 2일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30곳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르노삼성차 부분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15∼40%에 달하는 납품 물량 감소에 시달린다. 협력업체 대부분이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하고, 생산량이 줄면서 잔업과 특근, 교대근무를 하지 못해 고용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르노삼성차에 노면 충격 흡수 장치를 납품하는 A사 관계자는 “최근 납품 물량이 15% 줄면서 작업 시간이 줄어 현장 근로자 급여도 20% 이상 감소해 퇴사하는 직원이 생겼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신규 직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르노삼성차 협력업체라는 사실을 알고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시트를 납품하는 B사 관계자는 “납품 시스템이 르노삼성차 생산 계획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싱크로 시스템’ 방식이어서 르노삼성차 생산 감소분만큼 납품 물량도 감소한다”며 “납품 물량이 줄면서 유휴 인력이 발생하지만 통상임금은 그대로 지급할 수밖에 없어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고 하소연했다.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C사는 “자동차산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르노삼성차 납품 물량마저 40% 감소해 최근 300%에 달하는 근로자 상여금을 일괄 삭감하면서 우리 회사까지 노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르노삼성차 파업이 불규칙하게 이뤄져 협력업체는 휴업 계획조차 세울 수 없어 고용 유지 지원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D사는 “파업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없어 예측이 어렵고 매일 생산과 파업 계획을 르노삼성차에 일일이 확인해야 해 고용 유지 지원금 신청을 지난달에도 포기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노사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작아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력업체는 더 불안하다. 르노삼성차 납품 비중이 60%에 달하는 E사는 “자동차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로그 후속 물량마저 받지 못하면 큰일이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차체 프레스 부품을 르노삼성차에 100% 납품하는 F사는 상황이 악화하면 부산공장을 정리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총 210시간 파업을 벌였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전년 동월보다 49% 감소한 1만3796대를 판매할 정도로 실적이 급감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는 지역에서 매출액 순위 1위 기업이고 수출 규모도 지역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분규 사태 장기화로 협력업체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달 28일부터 2차 교섭을 진행 중이다. 애초 예상과 달리 이날 노사 협상은 없었고 3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노사는 4일까지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