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사 분규가 길어지면서 르노삼성자동차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로그’의 위탁 생산을 맡긴 닛산이 올해 로그 생산 물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로그는 부산공장 연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부산공장은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데다 신차 물량마저 놓칠 위기에 있어 향후 생산 절벽까지 우려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일본 닛산자동차로부터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져 올해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르노와 닛산은 얼라이언스의 전략적 협업의 하나로 2014년 8월부터 부산공장에서 북미 수출용 모델인 로그를 연간 8만 대가량 생산해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북미에서 로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2015년부터 매년 10만 대 이상을 부산공장에서 생산, 수출해왔다. 부산공장은 오는 9월 계약 종료를 앞두고 올해도 10만 대 정도를 생산,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업 장기화로 생산이 불안정해지면서 닛산이 물량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닛산은 위탁 계약의 최저 생산량인 6만 대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5일까지 총 210시간 파업을 벌이면서 부산공장의 생산성은 크게 떨어졌다. 손실 규모는 2352억 원(차량 1만202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르노삼성차는 그간 로그 계약 종료 이후 생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본사가 통보한 협상 시한(지난 8일)을 넘기면서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이 물 건너가자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최근 프랑스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내년 출시할 예정인 XM3 신차 물량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사는 신차의 유럽 판매 물량을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연 20만 대는 생산해야 2교대 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데 로그 물량이 6만 대로 줄면서 연간 생산량은 최대 16만 대에 그치게 된다”며 “닛산의 통보를 받은 뒤 구체적인 생산 계획 변경 등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 노사는 27일 임단협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르노 본사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지난 8일 협상이 결렬된 이후 19일 만이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