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이 김해국제공항의 최장거리 국제선인 부산~싱가포르 노선(비행시간 6시간)의 운수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알짜로 평가된 부산~싱가포르 노선이 각각 다른 지역 항공사에 넘어가 부산 경제계는 충격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오후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산∼싱가포르 항로 등 16개 주요 노선의 운수권을 배분한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가 운수권을 신청한 항공사를 평가해 높은 점수에 따라 운수권을 배분한다. 부산~싱가포르 노선은 각각 전북 군산과 제주에 기반을 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에 각 주 7회분이 배분됐다. 이들 항공사는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정기편 노선을 개설할 수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블루오션으로 꼽는 중장거리 노선 중 첫 운수권이 배분된 부산~싱가포르 노선의 경쟁에 국내 대다수 항공사가 참여해 노선 획득에 사활을 걸었다.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 집중돼 거의 매월 특가 이벤트를 펼치는 등 저비용 항공사의 제 살 깎기 경쟁은 심각하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은 이번 운수권을 획득하려고 지난달 해당 노선의 부정기 항공편도 운항했다.

에어부산은 경합노선인 부산~마닐라 노선의 신규 운수권(주 6회)과 비경합노선인 부산~울란바토르 증대 운수권(주 1회)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부산~마닐라 항로(4시간)는 현재 외항사만 운항하는 노선으로 에어부산이 취항하면서 내국인과 지역민의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에어부산이 주 2회 운항하는 부산~울란바토르 노선도 주 1회 운수권을 추가로 확보해 하계부터 주 3회 운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거리 위주의 운항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저비용항공사에 사업 확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마닐라 노선의 경우 에어부산에 주 950석(약 5회)이, 이미 운항하던 대한항공에도 주 178석(약 1회)이 각각 배분돼 필리핀 노선의 혼잡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이 부산~싱가포르 노선의 운수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배경으로 노선별 배분 형평성과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꼽힌다. 에어부산과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에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주 3회)과 한~우즈베키스탄 노선(주 1회)을 각각 받았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11월 기상 악화를 이유로 기내에 승객을 7시간 대기하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또 대표이사가 지인과 그 일행의 좌석을 더 넓은 곳으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계자에게 경위서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갑질 논란이 빚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와 에어부산이 같은 그룹의 계열사여서 전체적으로 형평성에 무게를 뒀으며 최근 불거진 여러 가지 논란과 잡음, 안전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이민용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