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밝힌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설립이 시작부터 난항에 부닥쳤다. 진흥원 설립을 위한 부산시의 출연금 요구에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 등 BIFC 입주 금융기관들에 따르면 부산시는 이들 금융기관들에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한 인력 파견과 24억 원의 출연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요예산 34억 원 중 부산시가 10억 원을 부담하고, 약 70%에 해당하는 24억 원을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술보증기금, BNK부산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기관들에 나눠 출연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이에 ‘BIFC입주 이전기관 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부산시의 현금인출기(ATM)가 아니다‘며 부당한 24억원 출연금 요구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배경엔 부산시가 그동안 금융 공공기관들을 상생과 협력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부산시 산하기관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금융기관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깔려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11월말 갑작스레 금융감독원의 부산 이전을 여권 지도부에 요구한 뒤 나온 부산혁신도시 금융공공기관 폄하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 시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어중간한 기관들’로는 안된다”라며 직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해 공공기관들로부터 예산과 인력 등에서 원만한 협조를 받기 위해서라도 향후 이들 기관과의 올바른 협력 모델을 구상하고 관계 정립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IFC입주 이전기관 노동조합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예탁결제원노조 오봉록 지부장은 “언제는 우리를 금융중심지 육성에 도움이 안 되는 ‘잔챙이’기관이라고 해놓고 필요할 때면 돈을 달라고 하나. 왜 우리가 부산시에 인력과 출연금을 제공해야 하는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은 오 시장의 폄하발언 사과와 함께 부산시와 금융기관의 대등하고 호혜적인 관계 재정립을 요구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