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필리핀 법원에 자회사인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모기업 한진중공업이 그 여파로 자본 잠식이 발생해 이날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진중공업은 13일 공시를 내고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손실을 반영하면서 2018년도 연결 재무제표상 자본 잠식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의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은 2017년 108.9%였으나 지난 1월 수빅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140.0%를 기록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3년간 적자가 누적돼 한진중공업의 재무 건전성까지 악화시켰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빅조선소 부실을 정리하면서 대손충당금을 쌓다 보니 자본 잠식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번 조치로 수빅조선소 부실을 털게 되면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를 중심으로 재도약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시 이후 한진중공업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자료를 내고 “수빅조선소의 필리핀 현지 금융에 대한 한진중공업 보증채무(4억1000만 달러)가 현실화하면서 자본 잠식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를 해소하고자 현재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현지 은행과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 한진중공업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오는 4월 1일까지 거래소에 사유 해소를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거래소는 한진중공업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이관해 15영업일 이내 위원회 회부대상 여부를 결정하고 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야 한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