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전부터 어음으로만 결제
- 일부 업체 수백억 못받은 상태
- 부산에도 몇몇 납품업체 발동동
- 법원, 한 달 내 개시 여부 결정

- 화승그룹은 투자만 한 별개 기업

국내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를 운영하는 ㈜화승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국제신문 7일 자 15면 보도)한 것과 관련해 전국 대리점과 협력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 화승은 7일 기업회생 절차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며 협력업체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회생 절차 신청은 부채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채무를 조정해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화승은 설명했다.

화승은 1986년 ‘르까프’ 브랜드를 출시하며 국내 신발 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다. 이후 외국 스포츠 브랜드인 ‘케이스위스’와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을 국내에 유통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현재 르까프 매장 280곳, 케이스위스와 머렐 매장 각각 160여 곳 등 전국에 600여 곳의 매장(직영·대리점 포함)이 운영되고 있다. 화승 관계자는 “기업회생 신청 이후 법원의 포괄적 금지 명령으로 대리점 등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묶여 있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승은 자체 공장 없이 중국과 베트남에서 위탁 생산해왔고 원부자재 업체도 주로 현지에 있어 국내 중소 납품업체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화승은 지난해 8월부터 납품업체에 물품대금을 5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했다. 이에 피해 규모가 큰 10개 납품업체 대표는 지난 6일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는 수백억 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으며 전국적으로 50여 곳의 협력업체에 총 1300억 원의 대금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지역에도 소규모 납품업체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승은 1998년 외환위기 때 한 차례 부도를 내기도 했지만, 2005년 화의 절차를 거쳐 회생에 성공했다. 이후 아웃도어 열풍 속에 2011년에는 매출액 5900억 원, 영업이익 17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 스포츠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13년 영업이익이 68억 원으로 줄었다.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경영은 악화해 2016년에는 369억 원, 이듬해에는 56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사모펀드에 화승을 매각하고 간접 투자한 화승그룹은 “현금 출자한 350억 원 중 그간 받은 배당금(27억 원)을 제외하면 323억 원이 남아 있다”며 “당시 지분금액 1200억 원은 지난 3년간 화승 실적에 따라 적절하게 평가해 감액 처리했다”고 말했다. 화승그룹은 현재 합자회사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지만 배당을 받는 것 외에 경영권은 없는 유한책임사원(LP) 자격이다.

한편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한 달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