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가 한 회생 신청을 현지 법원이 7일 만에 받아들였다.

한진중공업은 15일 필리핀 올롱가포 법원이 자회사인 수빅조선소(HHIC-Phil)의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절차는 국내 관련 법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과 유사하게 진행된다. 필리핀 법원이 수빅조선소 관리인을 선임하고 수빅조선소는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필리핀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수빅조선소는 파산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빅조선소가 어떤 회생계획을 내놓을지는 모르지만, 법원이 일단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수빅조선소가 회생할 가능성을 크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현지 은행과의 채무조정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부산 경남지역 조선기자재업체의 물품 대금 회수 길도 열린다. 수빅조선소로부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는 부산 159개사와 경남 80개사를 포함해 모두 284개사에 달한다. 미지급금 규모는 7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한진중공업은 추산했다. 수빅조선소가 해외 현지 법인이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면 협력업체가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경쟁력을 높이고자 2004년 필리핀 수빅에 건립한 해외 조선소이다. 주로 상선을 건조해왔으나 조선업의 장기 불황에 따른 수주량 감소와 선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8일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수빅조선소는 2015년 31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이듬해부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수주 잔량은 컨테이너선 4척을 포함해 총 10척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인도를 앞두고 있어 실제 수주 잔량은 4척이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