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0대 조선소 끝내 접나

- 중대형 상선 투트랙 전략지

- 선종 달라 본사 영향 제한적

- 매각 실패 등 경영정상화 한계

 

# 200여 개 납품업체 초긴장

- 부산·경남업체 핵심부품 조달

- 미지급 대금 수백억 원 묶일 듯

- 기자재조합 긴급 수요조사 착수

- “STX 다롄 사례와 매우 비슷”

완공 6년 만에 100척 건조 돌파 등 한때 미래 주역으로 꼽히던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HHIC-Phil)가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부산 경남지역 조선기자재업계에 피해가 우려된다.

■조선 불황 장기화에 적자 못 버텨

한진중공업은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2004년부터 필리핀에 부지를 마련해 수빅조선소를 건립했다. 국내 영도조선소는 특수선(해군함정), 수빅조선소는 중대형 상선 건조를 중심으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수빅조선소는 조선 호황을 맞아 세계 10대 조선소로 꼽히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이 10년째 지속되자 그나마 군함을 주로 건조해온 영도조선소는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일반 상선을 건조해온 수빅조선소는 수주 절벽과 선가 하락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현재 수빅조선소 수주 잔량은 4척에 불과하다. 또 한국 직원이 많지는 않지만 현지 직원을 포함해 한때 2만여 명에 달했던 조선소 인력은 40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수빅조선소 현지 법인 자산 총액은 1조8400억 원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초 삼일회계법인을 투자유치자문사로 선정하고 수빅조선소에 대한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또 지난해 말 운영자금 단기 대여 목적으로 281억 원의 금전 대여를 결정하기도 하는 등 수빅조선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최종적으로 매수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수빅조선소의 채권 금액은 산업은행 5000억 원, 수출입은행 1100억 원 등 선수급환급보증(RG) 약 6100억 원과, 필리핀 현지 은행 제작금융 약 6000억 원 등 1조21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지속적인 적자 탓에 수빅조선소의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수빅조선소에서 업무에 종사해온 현장 직원은 그간 수주량과 일감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줄었고, 일부는 희망퇴직해 인원 감축에 따른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선기자재업계 연쇄 피해 우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부산 경남지역 조선기자재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조합은 이날 회원사를 중심으로 긴급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조합 측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2014년 STX조선해양의 중국 조선소인 STX 다롄 사례와 매우 비슷한 형태로 진행돼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수빅조선소는 조선기자재의 경우 핵심 부품은 거의 한국에서 수입하고, 단가가 싸고 기술력이 낮은 부품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구조여서 조선소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부 소규모 조선기자재업체의 경우 한진중공업과의 거래가 전부여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세무 작업 등이 묶여 당장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와 거래 중인 부산·경남지역 조선기자재 업체가 2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그동안 조선업계 불황으로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내실을 키워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의 구매 정책이 중국산 제품 가격과 비교해 가장 싼 기자재를 납품하는 구조여서 최근 수년 동안 한진중공업과 거래를 하지 않은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협력업체 물품 대금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지역 업계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선 협력업체를 지원하고자 특별상담센터(051-410-8659)를 설치해 운영한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진중공업 주가도 급락했다. 이날 1500원으로 시작한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27.42%(410원) 내린 1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조민희 민건태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