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해운 파산 뒤 적취율 급감
- 외국선사에 물량 상당수 뺏겨

한진해운 파산 이후 부산항의 국적선사의 적취율(화주가 국내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올해 국적선사 비중이 처음으로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처리 물동량은 6ｍ짜리 컨테이너 기준 2095만5000여 개였고 이 중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987만7000여 개)은 지난해보다 0.8% 줄었으며 환적화물(1107만8000여 개)은 11.3% 늘었다. 1502만2000여 개는 외국 선사들이 수송했고, 국적선사는 593만3000여 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선사 비중이 71.7%에 달했지만 국적선사는 28.3%에 불과했다.

부산항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국적선사 비중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항에서 국적선사 이용률은 한진해운 파산 이전인 2016년 37.9%에서 지난해 35.5%(국제신문 지난 3월 13일 자 1면 보도)로 떨어진 데 이어 1년 새 7.2%포인트 하락했다.

2015년 59.6%, 2016년 58.0%였던 외국 선사 비중은 2017년 64.5%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국적선사의 비중이 이처럼 쪼그라든 것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선복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붕괴한 탓이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은 선박 규모 등에서 대형 외국 선사들과 경쟁하기에 버거운 처지인 데다 해운동맹에도 끼지 못해 한진해운의 물량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또 한진해운과 연계한 국적 근해선사들이 우위를 점했던 부산항∼아시아 역내 항로에도 외국 선사가 대거 선박을 투입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수출입보다 환적화물이 더 많고 증가율도 높은 부산항 특성으로 미뤄 국적선사 비중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운임 대부분이 해외 해운기업에 지급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심각한 국부의 유출뿐만 아니라 해운산업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국적선 적취율을 높이고 해운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선사 간 공동운항을 통해 비효율을 줄이고 경비를 절감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