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약속들 행정편의상 파기
- 市 발주 BRT·엄궁대교 공사
- 토목·철근으로 입찰자격 한정”
- 市 “BRT는 전문공사로 봐야”

부산시가 전기공사를 분리발주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지역 전기공사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시가 행정 편의를 위해 분리발주를 하지 않는 데다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한 무면허 시공을 묵인하고 있다며 대규모 궐기대회까지 예고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부산시회(이하 협회)는 19일 시가 ‘내성~양정교차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설치공사’와 ‘양정~서면교차로 간 BRT 설치공사’ 등을 발주하며 입찰참가 자격을 토목공사업과 철근·콘크리트 사업 등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교통 신호공사는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전기공사로 명시하고 있는 데다 분리발주가 원칙인 만큼 시의 이 같은 행동은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한 무면허 시공을 묵인하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또 시에서 추진 중인 엄궁대교(강서구 대저동~사상구 엄궁동) 건설공사와 사상구 분뇨처리시설 현대화 사업도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 같은 시의 태도는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전기공사는 공사의 성격상 분리발주할 수 없는 경우와 긴급을 요구하는 공사, 국가안보와 관련된 공사를 제외하고는 분리발주가 원칙이다. 협회는 또 해당 공사에 대해 일괄입찰방식을 결정한 부산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도 전기공사 부분 전문가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지난해 7월 ‘식만~사상(대저대교) 도로건설공사’ 입찰에서도 시가 분리발주 원칙을 지키지 않아 대규모 궐기대회를 했고 당시 시장과 면담해 시에서 발주하는 전기공사는 분리발주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후 시와 지난 3월 ‘대저대교 도로건설공사 전기공사 부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어 해당 공사에 대한 지역업체의 참여와 전기공사 분리발주 등을 보장받았다.

협회는 시를 상대로 전국 단위 전기공사업체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시장이 바뀐 이후 시 일부 부서가 행정 편의를 위해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한 입찰을 지속해서 공고하고 있다. 커다란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는 일괄입찰 방식으로 공고를 진행한 것은 공사 설계와 시공에 대한 책임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BRT 공사에 대해서도 시 관계자는 “시각의 차이다. BRT 공사를 전기공사가 아닌 전문 건설공사로 판단했다. 다음 공사부터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전기공사를 분리발주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