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내는 해외터미널 사용권 요구

- 선사들 내년 기항계획도 못 짜

- 운영사 바뀌면 물류차질 불가피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 운영사의 계약 만료가 6개월 남았지만 재계약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항만업계는 자성대부두의 물동량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면 부산항 전체 부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빠른 시간 내 결론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6월 계약이 종료되는 자성대부두가 북항 재개발 시작 전인 2022년까지 물류 기능을 유지하겠지만 계약 종료기간 이후 운영사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혔다. 

자성대부대 현재 운영사인 허치슨은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로 지난 3월 부산항만공사(BPA)에 부두 사용 연장 신청을 했다. 허치슨이 BPA와 맺은 계약에는 최초 30년간 계약이 끝나더라도 임대료 체납 같은 중대한 잘못이 없으면 최장 30년(20년+10년)까지 하도록 협의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결정권자인 BPA는 해수부의 눈치를 보며 결론을 짓지 못하고, 해수부는 모든 권한은 공사에 있다며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운영사인 허치슨은 물론 거래선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선사들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전 기항 계획을 짜야 하는데 운영사가 바뀔지 그 전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계약연장 조건으로 허치슨이 임대해 사용 중인  태국 람차방 터미널 선석 2개를 국적선사 터미널로 제공해달라고 했지만 허치슨이 난색을 표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두 사용 연장과 국적선사 전용 터미널 확보는 별개의 문제로 처리해야 한다며 해수부를 비난하고 있다.

업계는 허치슨에 부두를 재임대하든 안 하든 결정을 빨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수부가 시사한 대로 운영사가 바뀔 경우 장비 철수 또는 임대 문제, 인수인계 등을 고려하면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우려되는데 그동안 물동량 처리, 근로자 일자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2167만4000TEU(1TEU는 6ｍ짜리 컨테이너 1개)로 예상되는데 북항, 부산신항 전체 터미널에서 물동량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전체 물동량 추이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자성대부두에 문제가 생기면 부산항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북항이 처리한 물동량은 701만 TEU로 자성대부두는 207만 TEU를 담당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해수부가 연간 200만 TEU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새 운영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부두 임대 연장 여부를 빨리 결정해줘야 지역 항만업계와 근로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