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10조 원 넘게 늘었다. 10월말 시행된 강력한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막판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 신용대출은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13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10월 중 금융권 가계대출은 10조4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달 (4조4000억 원)대비 6조 원이나 증가했고, 1년 전(10조원)보다는 4000억 늘어났다.

가계대출 증가액이 전달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은 급증한 기타대출 탓이다. 지난달 전 금융권 기타대출은 7조 원 증가했다. 은행권(4조2000억 원)과 제2금융권(2조8000억 원)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달 은행권 기타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증가액은 10월에 4조2000억원 늘어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신용대출이 2조9000억 원 증가했다. 올해 1조원 안팎에 머무르던 월별 신용대출 증가 폭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8월의 역대 최대치(2조7000억 원)를 넘어섰다.

9·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강력한 대출 규제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전달보다는 증가폭을 줄였다. 지난달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조4000억 원 늘었다. 은행권(3조5000억 원)과 제2금융권(-1000억 원)을 합한 수치다. 전달(4조4000억 원)보다는 증가 폭이 1조 원 줄었다.

10월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의 급증은 9·13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둔 ‘막차타기’ 수요에 계절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은행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신용대출 등으로 미리 돈을 빌려 두려는 쏠림 현상이 발생한 탓”이라면서 “다만 연중 10월은 추석 명절 이후 카드결제 수요, 이사 수요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8~9월 확대됐던 주택 매매거래량 확대에 따른 잔금 실행의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 등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전 막판 대출 수요로 인해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했지만 전반적인 가계 대출 증가세는 잡힌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1~10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60조5000억 원)는 1년 전(74조4000억 원)에 비해 13조9000억 원 줄었다”며 “이는 2015년 이후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계 부채 안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