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원장을 포함한 부산테크노파크 경영진의 사표를 대거 수리해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 특히 부산시의 일방적인 사표 수리 통보에 사퇴 대상이 된 원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해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연구개발 지원을 중심으로 한 해 1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운용되는 기관의 리더십 붕괴로 말미암아 지역 중소기업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부산테크노파크 하상안 원장과 A 기획단장, B 행정지원실장에 대한 사표 수리를 마쳤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부산테크노파크 주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보냈다. 시 추천 인사 4명, 중소벤처기업부 추천 인사 4명을 정한 뒤 약 3개월에 걸쳐 신임 원장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 원장직을 포함해 총 9명의 경영진(6단 2실) 체제를 갖춘 부산테크노파크는 현재 네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원장 이외의 경영진은 공모 또는 내부 승진으로 정해진다.

	부산테크노파크 전경. 국제신문DB

문제는 시가 일방적으로 사표 수리 방침을 부산테크노파크 측에 통보하며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원장실은 지난달 30일 이후로 폐쇄된 상태이지만, 하 원장은 공식적으로 사임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며 출근하고 있다. 시는 부산테크노파크의 이사장이 시장이므로 사표 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하 원장 측은 주무 부처인 중기부 결정 사안이므로 시가 월권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하 원장은 “시가 직원을 시켜 원장실 문을 잠근 뒤 열쇠를 가져갔다. 원장 임원추천위원회가 진행되면 행정 가처분신청이나 행정 무효소송을 진행하겠다”며 “나는 지난 6월 시가 공공기관 임원 사퇴서 수리 당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시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와 부산테크노파크 측의 갈등이 불거지자 지역 중소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해에 운용되는 예산만 12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대부분의 예산이 기업 연구개발 지원으로 이뤄져 부산테크노파크 서열 1~3위가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른 피해는 중소기업이 볼 것이라는 지적이 셈이다. 지역 중소기업 A 대표는 “예산은 있지만 쓰지 못한다는 부산테크노파크 직원의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며 “불경기에는 사업 확대보다 기술 개발로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이지만, 기관 간 갈등으로 피해는 기업이 보고 있어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