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원전 핵심설비의 짧은 보증기한으로 수 조 원의 손해를 입은 한수원이 신규 원자력발전의 주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등) 역시 보증기한을 2년으로 계약하면서 또다시 설비교체 및 가동 중단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28기 원전의 주기기의 보증기간이 2년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40년간 원전 주기기의 결함으로 설계 수명을 채우지 못한 채 교체된 사례가 빈번했다.

실제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부실재료 사용으로 고리 1·2호기, 한빛 3·4호기의 원자로 헤드가 교체되었고 같은 이유로 고리 1호기, 한울 1·2·3·4호기의 증기발생기가 교체되었다. 현재 한빛 4호기가 같은 문제로 교체를 진행 중이며 한빛 3호기 역시 내년에 증기발생기가 교체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교체에 들어간 비용만 총 8432억 원이다.

손실은 교체비용뿐만이 아니다. 부실재료 사용으로 인한 고장으로 원전 가동이 불시에 정지되고 문제를 점검하면서 결국 교체할 때까지 원전 가동이 장기간 중단 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이는 가동 중단에 따른 한수원 발전량 감소로 이어지며 결국 한수원의 매출 손실 증가로 이어졌다.

또 원전에서 생산되었어야 할 전력량이 부족해지면서 한전은 단가가 더 비싼 대체전력을 구입하게 되고 이는 다시 한전의 손실로 이어진다. 그 결과 다수 원전에서 발생된 핵심설비 문제로 한수원과 한전은 수 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

보증기간 2년은 불변의 법칙이 아니다. 미국의 샌 오노프레 원전의 경우 미쓰비시 중공업이 증기발생기에 대해 보증한 기간이 무려 20년이다. 러시아는 벨로루시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공급업체가 60년간 보증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전이 계약한 UAE 바라카 원전 증기발생기의 경우도 보증기간이 국내보다 두 배나 길다.

신규 원전의 보증기간은 계약 비용 추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 또 다시 현재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로 주기기 교체가 발생하면 계약비용 상승분 보다 더 큰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자동차 엔진도 5년 보증해주는데 60년을 운영해야 하는 원전의 보증기간 2년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다”면서 “한수원은 국민안전과 미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신 원전 6기의 보증기간을 공급사와 재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