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등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일부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관련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사업과 관련해 공론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법을 찾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백재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의 86.3%가 포화상태고 고리 3·4호기, 한울1·2호기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의 90% 이상이 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수로형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도 95%가 포화상태다.

사용후 핵연료란 원전 가동 이후 원자로에서 꺼낸 원료물질과 부산물을 말한다. 방사선의 세기가 매우 강한 대표적 고준위 방폐물에 속한다. 최소 10만 년은 생태계에서 완전 격리해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원전 24기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선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전 보관시설인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이 없어 각 원전 내부의 건식 저장시설에 쌓여있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국내외 동향을 보면 부지선정 국가는 존재하지만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하는 국가는 아직까지 없다. 스웨덴·프랑스 등이 부지를 선정했고 핀란드는 2016년 11월부터 영구처분시설을 건설 중이다. 핀란드의 경우 올킬루오토 지하 약 400~450m 암반에 건설 중으로 2020년대 운영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9차례에 걸쳐 방폐장 부지 확보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2005년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확보하였지만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확보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백 의원은 “사용후 핵연료 처분은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숙제로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사용후 핵연료 문제해결 없는 원전가동은 미래세대에게 부담만을 지우는 것으로 원전가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6년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해 권고안을 제출받아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및 폐기를 위한 지하연구시설,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을 동일 부지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백 의원이 발표한 국내 원전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 90% 이상 포화 내용은 확실하지 않고 현재 내부에서 정확한 수치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 재검토위원회가 발족되면 사용후 핵연료 포화상태에 따른 대책수립을 서두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