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금융감독원 퇴직간부 77명이 취업제한기관인 금융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13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제취업한 106명의 금감원 퇴직간부 중 77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금감원 간부가 퇴직할 경우 3년 동안은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고용진 의원실이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현황’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금감원 퇴직자 106명 중 65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취업했고, 금융유관기관 취업자(12명)까지 합하면 73%가 금융권에 재취업했다. 사실상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제도가 금감원 퇴직간부들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인 것이다.

이는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심사에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할 때 대부분 소속 기관인 금감원의 의견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퇴직간부들이 취업심사를 받기 위해 소속 기관에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을 하면, 해당 기관장은 직무관련성을 판단한 ‘검토의견서’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송부한다. 취업제한 심사 과정에서 이 의견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소속 기관장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의견서를 보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대부분 취업가능 결정을 내린다.

특히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09년과 2010년에 11명의 금감원 고위공무원들이 저축은행 업계에 집중적으로 재취업했다. 고 의원은 “당시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은폐하고 금감원 검사를 막기 위해 고위간부들을 집중적으로 모셔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시 금감원이 작성한 퇴직간부들에 대한 의견서를 보면, 대부분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최근 10년간 111명의 퇴직간부들이 소속 기관인 금감원에 검토의견서를 요청했고, 금감원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전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2010년 8월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에 감사로 재취업한 김모 부국장은 퇴직전 3년 동안 비은행검사국 등에서 상시감사 및 검사를 담당했지만 직접 감독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해당 저축은행은 이듬해인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PF 부실로 어려움을 겪다 2013년 일본계 SBI에 인수됐다.

2010년 9월 프라임상호저축은행에 상근감사로 재취업한 최모 부국장 또한 은행검사국 등에서 근무했으나 저축은행 감독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이런 식으로 2010년에만 SC제일, 새누리상호, 신라상호, 현대스위스상호, 프라임상호, 부산2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에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재취업했다.

최근에도 2016년에만 20명의 금감원 간부들이 취업심사를 통과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퇴직전 서민금융지원국에서 근무했던 신모 부국장은 대부업체 리드코프에 준법관리실장으로 재취업했고, 저축은행검사국에 근무한 적이 있는 나모 수석조사역은 지난해 7월오케이저축은행 상무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도 불법금융대응단에서 근무했던 하모 국장이 저축은행중앙회 전무이사로 재취업하는 등 7명의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아주캐피탈, 전북은행 등 금융권과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 의원은 “가장 공정해야 할 금감원이 가장 불공정한 취업을 하고 있다” 면서 “금감원 퇴직간부의 금융회사 재취업 관행을 해소하지 않으면 저축은행 사태와 은행권 채용비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