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따라 물량 줄거나 부풀려져
- 정부 집계-업계 체감 괴리감 커
- 잘못된 정보로 정책 왜곡 가능성

부산경남지역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증가(국제신문 지난 13일자 1·3면 보도) 관련 통계치가 ‘주먹구구식’으로 작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분양 통계는 건설사가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근거 서류도 없이 구두 보고한 것을 기초로 작성돼 정부의 주택 정책에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분양한 부산 청약조정대상지역 내 A 아파트는 비교적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지만, 최근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미분양 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지역 중견 건설사 B사 관계자는 “A 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신규 아파트 분양 사례를 볼 때, 실제 계약이 이뤄진 것보다 분양률을 10~20% 부풀려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알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은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매달 관할 기초단체(공공택지사업의 경우 관련 공공기관)에 보고하게 돼 있다. 그런데 각 기관에서 제시하는 작성 양식에 맞춰 건설사가 ‘입맛대로’ 작성할 수 있어 통계가 왜곡될 개연성이 크다. 부산지역 주택건설업체 C사 대표는 “계약서와 계산서 등 관련 서류 증빙 없이 보고한다”며 “부동산 경기에 따라 건설사가 미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부풀려 보고할 수 있어 미분양 통계는 전문가들이 신뢰하지 않는 정보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었다. 실제 국토교통부 누리통계에는 미분양 통계 집계 방식이 관할 행정기관 보고에 의해 작성됐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잘못된 정보가 흘러 들어가 정부 부동산 정책에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지역 업계에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나 국토부에서는 ‘안정됐다’는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분양 보고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물량을 부풀리거나 적게 보고하는 문제점은 수년 전부터 지적돼 온 것”이라며 “잘못된 통계는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데 오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정확한 통계작성 기준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