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시장, 역할 재조정 단행할 듯
- 시 관계자 “아직 결정된 것 없어”

부산 강서구의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 부산경제진흥원에서 운전자금을 대출받으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퇴짜를 맞았다. A사 대표는 “부산경제진흥원이 있어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 기업 운영자금을 받으려고 해도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차라리 시중은행으로 간다”며 “지역 주력 산업을 살리겠다고 생색만 내고 있다. 업무가 많으니 기업마다 세세하게 살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청사 전경. 국제신문DB

부산시 산하 기관인 부산경제진흥원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민선 7기 부산시의 조직 개편과 맞물려 사업 축소나 재편 가능성이 무성하게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기관은 전임 서병수 시장 재임 4년 동안 몸집을 불려왔으나 조선, 자동차, 기계 등 기존 주력 산업의 침체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경제진흥원의 올해 예산은 607억 원, 직원 수는 153명이다. 2014년 서 전 시장 취임 때와 비교하면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2014년 부산경제진흥원의 예산은 392억 원이었고 직원 수는 97명이었다.

서 전 시장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부산경제진흥원 김병추 원장이 지속해서 조직을 확대한 결과다. 김 원장 부임 이후 부산경제진흥원은 기존 지역 산업의 지원 및 경쟁력 강화 업무 외에도 창업 카페 개소, 부산 내 일반산업단지 16곳의 관리운영, 북방경제도시협의회 사무국 운영 등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업무 영역이 확대되면서 정작 부산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적인 업무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경제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는 조직이 커지면서 직원들이 관료화되는 등 문턱만 높아졌다고 비판할 정도다. 이에 따라 오거돈 시장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에서 ‘조정’ 대상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시 고위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경제진흥원 역할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도 비슷한 사정이다. 2014년 270억 원이던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예산은 올해 374억 원으로 늘어났고 직원 수도 70명에서 85명으로 증가했다. 정보산업진흥원 역시 조직이 커진 만큼 성과를 내는 데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정보산업진흥원은 특히 올해 초 주요 간부가 부하 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이 드러나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역의 한 상공인은 “기관마다 중복된 사업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조정해야 한다. 직원 수를 늘리고 인건비를 더 지출한다고 지역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