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종목 분석 보고서가 ‘매수 추천’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 수준은 실제 주가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 방향을 알려야 할 증권사들이 일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무조건 사라’는 식의 투자 기법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매도 추천 보고서 비율 0.08% 불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내 증권사가 발간한 종목 분석 보고서 1만7903개 중 1만4756개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비율로 따지면 무려 82.42%에 달한다. 증권사 보고서 10개 중 8개가 투자자들에게 해당 종목의 주식을 ‘사라’고 주문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 말까지의 비율(81.81%)보다 0.61%포인트 높은 것이다. 반면 ‘매도’를 추천한 보고서는 최근 1년간(2017년 6월~2018년 5월 말) 14개(0.08%)에 불과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근 1년간 매도 의견을 한 차례라도 낸 적이 있는 곳은 ▷KTB투자증권(5개) ▷키움증권(5개) ▷DB금융투자(2개) ▷대신증권(2개) 등 4곳뿐이었다. 그렇지만 이들 증권사 역시 매도 의견 비율이 1%를 넘지 않았다.

최근 1년간 자사가 발표한 전체 보고서 중 ‘매수’ 의견 비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부국증권(94.4%)이었다. 신한금융투자도 해당 비율이 90.5%에 달했다. 현대차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각각 90.0%와 89.6%로 뒤를 이었다.

●평균 ‘목표주가 괴리율’ 무려 34% 달해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제시가 지나치게 매수로 쏠리면서 ‘투자의견 공시제도’와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 등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5월 시행된 투자의견 공시제도는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해 그 비율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매수 추천 일색인 기업분석의 관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시행 3년이 넘은 현재 ‘매수’ 추천 비율이 하락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는 증권사가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목표주가 괴리율’은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를 말한다. 지난해 9월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 307곳의 ‘목표주가 괴리율’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 34.75%에 달했다. 증권사들이 현재 주가보다 평균 30% 이상 높은 주가를 목표가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