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출산율 급감에 손님도 뚝
- 부산 업체 상당수 본업 바꿔
- 주문 도시락 등으로 업종 전환

- 지역 최대 업체 T사도 위기감
- 홈파티·제사 음식까지 서비스

40대 회사원 김모 씨는 얼마 전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가족 외식을 위해 집 근처 뷔페 식당을 예약하려다 “40명 이상은 예약해야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부산에서 꽤 알려졌던 이 식당은 매일 뷔페 영업을 했지만, 6개월 전부터 영업 형태를 바꿨다. 주로 도시락이나 홈파티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고, 뷔페는 예약제로만 운영을 했다. 뷔페는 ‘박리다매’ 형식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손님이 급감하자 인건비를 채우기도 버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역 중소 뷔페 업체가 최근 들어 아예 본업을 ‘배달 서비스’로 바꾸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손님 감소의 주된 원인은 혼인 건수와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이다. 여기에 특급호텔이 뷔페식당에 공을 들이고 이런저런 할인행사까지 벌이면서 ‘사면초가’ 신세다. 뷔페 업체의 배달 서비스 등 업태 변경은 생존의 몸부림인 셈이다.

11일 뷔페 업체 T사의 부산 연제구 시청점 2층에서 직원들이 홈파티 음식을 포장하는 모습. 최근 지역 뷔페 업체는 결혼 건수가 주는 등 손님이 감소하자 배달음식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뷔페에서 제사상까지 배달

11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대표 뷔페 전문업체 T사는 지난 2월 설 대목부터 ‘제사상’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도시락, 홈파티 음식 배달 서비스에 이은 세 번째 ‘외도’다. 이 업체가 판매하는 제사상은 18만~33만 원 선. 6~9인분 기준인 33만 원 상은 고기산적, 민어, 문어 등 23가지 음식이 오른다. 제사상을 차릴 짬을 내기 힘든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상품이다. 주말에는 손님이 붐비지만, 평일에는 비교적 한산해 ‘박리다매’로라도 매출액을 높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달 음식은 뷔페 전문 업체로서는 ‘모험’에 가깝다. 배달된 음식을 바로 먹으면 품질이나 위생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몇 시간이라도 방치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달 음식 판매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손님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육지책이다. 10년 전부터 뷔페식당을 경영해온 업주는 “1년 반 전부터 시장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뷔페는 주말에만 열고 주중에는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한다”고 말했다.

■출생 급감, 잔치 간소화에 ‘직격탄’

제사 음식을 만드는 모습.

부산의 대표 뷔페 업체 T사가 2005년 부산 연제구 연산동 국민연금빌딩 지하에 1호점을 낼 때만 해도 결혼식장을 낀 뷔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부산에만 뷔페업체 브랜드가 약 40곳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부산은 개방적인 시민의 기질이 반영된 때문인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뷔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성업했다. 그렇지만 이런 호황은 얼마 가지 못했다. 결혼과 출생 인구 감소 때문이다. 뷔페의 주요 고객은 결혼식과 돌잔치 하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부산의 조혼인율(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은 지난해 2월 5.2%에서 4.2%로 크게 떨어졌다. 부산의 지난 1~2월 누적 출생아 수는 3500명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10.3% 줄었다. 전국 평균보다도 출생아 수 감소 폭이 1.6%포인트 높았다. 칠순, 팔순 잔치 역시 가족끼리 조촐하게 지내는 쪽으로 세태가 변했다.

업계는 부산에는 많을 때의 절반에 해당하는 20개 정도의 뷔페 브랜드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재 결과 다수의 점포를 갖추고 뷔페를 운영하는 부산 대표 뷔페 업체 T사가 유일했고, 주중 상설 뷔페를 운영하는 곳은 T사 외에 부산진구의 또 다른 T사와 연제구 A사 등 손꼽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대표 뷔페 업체 T사는 규모를 꾸준히 키워 주목받고 있다. 1호점을 연 지 13년 만에 범일점, 프리미엄(해운대), 허브(온천장), 울산점 등 부산과 울산에 13개 직영점을 갖췄다. 지난해부터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세종점’도 출점시켰다. 결혼식 특수에 편승해 냉동식품 등으로 음식 가짓수를 채웠던 타 업체와 달리, 식자재를 직접 구매해 전문 조리장이 요리를 해 질을 높인 전략이 먹혀 들었다.

뷔페 업계의 생존 경쟁은 앞으로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크하얏트 서울과 JW 메리어트 동대문 호텔 등 서울지역 특급호텔은 이미 도시락 배달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부산지역 특급호텔의 배달 서비스 도입도 시간 문제다.

부산 대표 뷔페 업체 T사 관계자는 “뷔페 시장이 어렵지만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법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 수도권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