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거품론에 기름 부어
- 투자심리 위축되며 주가 급락
- 신라젠 한달 새 시총 2조 증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를 주도해 온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최근 한 달간 ‘예상치 못 한’ 주가 급락세를 겪으면서 그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빠르게 확산 중인 ‘바이오 거품론’과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파문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대표적 바이오 종목인 신라젠의 주가는 지난달 2일 10만4800원(이하 종가)에서 이날 7만5300원으로 무려 28.14%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지난 2월 코스닥→코스피 이전)도 30만4000원에서 25만 원으로 17.76% 곤두박질쳤다.

특히 신라젠의 4일 주가는 연중 최저치다. 7만 원대에서 거래를 마친 것도 지난해 12월 21일(7만5600원)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지난 3월 21일 12만5700원) 대비 4일 주가 하락률은 36.75%나 됐다.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일 7조1466억 원에서 이날 5조2247억 원으로 2조 원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바이오 상장사들은 IT 기업들과 함께 국내 증시를 사실상 지배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적수가 없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부산의 유일한 바이오 상장사 신라젠만 봐도 올해 1분기(1~3월) 일자별 주가 평균(10만3767원)이 10만 원을 상회하는 등 3월 말까지 승승장구했다.

최근 한 달 사이 발생한 바이오 종목의 부진은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바이오 거품론’에 따른 투자 심리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위 ‘잘 나가던’ 바이오·제약 상장사들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기대감에 힘입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오주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파문은 바이오 거품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 업체의 위기론이 국내 바이오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35만9500원)는 전 거래일보다 7.82% 급락했다. 지난 2일(40만4000원)과 비교하면 11.01% 빠졌다.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이는 공매도 물량이 몰리고 있는 것에서 증명된다. 외국인 투자자 및 사모펀드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공매도 세력은 주가가 하락 중이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신라젠의 경우 지난달 19일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한 비중은 무려 21.30%에 달했다. 통상 해당 비율이 10% 이상이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