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주기식 금융지원 우려 목소리
- 일본선 정부가 개입해 선사통합
- “적극적인 구조개혁 필요” 지적

해양수산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불황에 빠진 해운업계에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과감한 구조개혁안이 빠졌다는 우려감이 크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을 키워 세계 10대 선사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신규선박 건조뿐 아니라 현재 35%에 불과한 국적선사 적취율(국내 화주가 보유한 전체 화물 중 국적선사로 화물을 옮기는 비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오는 7월 설립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을 통해 정책자금 3조 원 이상을 해운사에 지원해 준다.

일각에서는 선박 공급과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실효적인 화물 공급 증대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선박 공급만 늘려 빈 컨테이너를 싣고 가는 사례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운업계 불황이 계속되면서 선박을 발주한 해운사가 업황 악화로 정책 자금을 갚지 못하면 결국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다. 정부는 앞서 2016년에도 국내 조선·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2020년까지 11조 원 규모의 선박 발주와 6조5000억 원 규모의 해운업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흐지부지됐다. 이 때문에 ‘퍼주기식 금융 지원’이 아닌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인수합병(M&A) 같은 강력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NYK, MOL K라인 등 3사 컨테이너 부문 통합법인인 ‘ONE’ 출범에 힘을 보탰다.

물론 우리나라도 근해 선사인 장금선사와 흥아해운이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을 통합하기로 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 근해 선사들의 M&A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SM상선이 현대상선에 미국 동안 노선 공동운항을 협의했다 불발되면서 양 사간의 상호 비방과 출처 미확인 흑색 루머가 퍼지고 있다. 심지어 SM그룹이 해양수산부를 통해 현대상선이 SM상선을 인수해줄 것을 물밑에서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SM상선을 매각하려고 한 사실이나 정부를 통해 현대상선에 인수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양 사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적 원양선사 전체의 대외 신뢰도 하락과 영업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어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선박·컨테이너·IT시스템 공유, 터미널 공동사용 등 국적 원양선사 간 상생 협력을 위한 정책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