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력사 포섭 자체제작 시도 정황
- 공정거래조정원서 조사 예정

연 매출 500억 원 규모의 중기업이 부산의 한 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사실상 가로채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 강서구에서 이산화탄소 가스용접기 토치를 제조하는 ㈜이엘테크놀러지는 지난 20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경남 창원의 도금 업체 ㈜무룡을 상대로 하도급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엘테크놀러지는 7년 동안 매출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이산화탄소 가스용접기 토치 특허를 등록하는 등 제품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 상용화를 앞두고 있었다. 이엘테크놀러지는 지난해 8월 해당 제품의 제조와 판로확보를 위해 무룡과 기술협조를 위한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무룡에 해당 제품을 납품해 본격적으로 판로 개척에 나섰다. 무룡은 연 매출 500억 원이 넘는 덩치 큰 중기업이다.

하지만 지난달 갑자기 무룡 측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엘테크놀러지가 지금까지 총 6억 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했지만, 무룡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무룡이 이엘테크놀러지에 보낸 내용 증명서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성능이 기존 토치 제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져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대금 지급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엘테크놀러지 측은 “기존 토치 제품보다 40% 정도 연료를 아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해 기술용역계약 해지 의사를 밝히고 2억5000만 원의 계약금 중 아직 받지 못한 1억 원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무룡 측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밖에도 이엘테크놀러지는 자사의 협력업체 7곳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엘테크놀러지 측은 “무룡 관계자가 자사 협력 업체 7곳을 돌아가며 방문해 이엘테크놀러지 대신 무룡과 거래할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다. 덩치 큰 업체가 자금력이 거의 없는 우리 같은 업체를 상대로 펼치는 전형적인 기술탈취 행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무룡 측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무룡 임용섭 대표는 “이엘테크놀러지 대표와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강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 관계자는 “하도급법에 적용되는 거래 관계라고 하면 대금 미지급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또 회사 규모상으로 볼 때 한쪽 업체가 소위 갑질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