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운노조, 단계적 도입 등 촉구
- 일자리 문제 둘러싼 갈등 본격화

정부가 부산신항에 건립되는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에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스마트 항만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항만근로자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신항에서 열린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1·3면 보도)에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신규 개장하는 터미널에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신항 남측에 민자로 건설 중인 2-4단계 3개 선석과 서측에 짓는 2-5단계 5개 선석이다. 2-4단계는 2021년 개장한다. 2-5단계는 1차 3개 선석이 2022년, 2차 2개 선석이 2024년에 각각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수부는 이 터미널들의 자동화를 위해 올해부터 연구개발 실증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컨테이너의 하역과 이동을 기계가 스스로 수행하는 완전 무인 자동화는 항만 하역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직결된다. 부산항운노조는 항만 자동화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무인항만을 방문하고 용역보고서를 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시작으로 2016년 미국 롱비치항이 무인자동화 항만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아시아 최초로 칭다오항에 무인터미널을 개장했고 12월에는 상하이 양산항에 7개 선석 규모의 자동화 항만을 개장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칼리파항, 모로코 탕헤르항, 싱가포르 투아스항 등 3곳에는 자동화 터미널이 건설 중이다. 2020년부터 2040년까지 65개 선석이 들어설 투아스항은 모든 시스템을 완전 무인 자동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신항을 비롯한 국내 항만은 장치장 크레인만 원격으로 조정하고 안벽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 등은 사람이 운전하는 반자동화 단계에 있다. 완전자동화 터미널은 안벽크레인의 원격조정, 무인이송장비(AGV)를 이용한 컨테이너 자동운반 등이 핵심이다.

정부가 선박 대형화, 해운동맹 강화 등에 대응해 스마트 항만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는 있지만 부산항운노조는 완전자동화는 시기상조이며 부산항의 특성상 맞지 않는다며 충분한 논의와 현장검증 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식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은 “무인 자동화 터미널의 생산성이 훨씬 높고 비용 절감도 크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신규 터미널 전체를 무인 자동화하는 무리한 정책보다는 일본 항만처럼 우선 1개 정도 선석을 대상으로 현장검증해서 효과가 입증되면 확대해도 된다”고 밝혔다.

또 2021년 이후 개장하는 터미널들이 모두 무인 자동화하면 현재 북항의 항만 기능이 끝난 후 수천 명의 현장 근로자들을 받아줄 곳이 없어 대량실직이 불가피한 만큼 고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항만 자동화와 관련된 고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노·사·정과 관련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지만 부산항운노조는 2-4·5단계에서는 무인 자동화가 어렵다고 주장해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