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와인의 판매 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평균 11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 수입업체가 현지 생산업체와 독점 계약해 국내에 공급하는 과정 중 마진을 부풀린 탓으로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와인 가격표를 믿지 않는다. 현지 와인 판매가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한 후에 구입한다. 현지 와인 판매가와 국내 판매가의 차이가 10배를 넘어가는 경우는 부지기수. 특히 10만 원이 넘는 고가 와인인 경우 가격 차이가 15배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A 씨는 “가격 할인 폭이 크다고 구매하기보다는 현지 판매가와 비교하면 더 좋은 와인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입 와인의 평균 수입가와 국내 판매 가격을 비교한 결과 레드와인은 평균 11.4배, 화이트와인은 평균 9.8배가량 차이가 났다. 세금 외에도 운송료 보관료 임대료 수수료 판매촉진비 유통비용이 추가되면서 가격 차이가 났다. 그렇지만 생수의 수입 가격과 판매 가격의 차이는 6.6배, 같은 주류인 맥주가 6.5배 차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어떻게 이런 가격 책정이 가능할까? 대형마트는 1만 원짜리 와인을 수입했을 경우 관세(15%)를 더한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주세 30%를 부과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을 더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1만6000원이 넘는다. 이후에는 유통업체가 가격을 5만 원으로 붙이든, 10만 원으로 붙이든 모두 업체 재량에 달렸다. 보통 특정 수입업체가 와인을 국내에 독점 계약해 공급하기 때문에 업체 간 가격 경쟁도 이뤄지지 않는다.

한 수입 와인 업체 관계자는 “할인율이 높은 와인은 유통 기한이 임박한 상품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수입원가에 상관없이 일단 가격을 높이 책정한 뒤 큰 폭의 할인율을 내세워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중소 수입사들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등 가격경쟁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관계 부처에 관련 내용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